100% 성장 혹은 존폐기로, `명암 갈린 무선장비 업계`

국내 무선 통신장비 업계에 명암이 엇갈렸다. 통신사와 상생경영으로 수혜를 본 업체는 급성장한 반면에 그렇지 않은 업체는 시장불황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쏠리드, 에프알텍, 삼지전자 등 무선 통신장비 업체가 올 10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연 매출보다 많다. 삼지전자는 전년 매출 631억원을 훌쩍 넘는 800억대 매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쏠리드와 에프알텍은 이미 상반기에 작년 성과를 뛰어넘어 100% 이상 매출 증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는 통신사, 글로벌 통신장비 벤더, 국내 중계기 업계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동반상생경영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2011년 삼성전자, 에릭슨-LG,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 등 대형 장비 공급사와 국내 중소 중계기업체 매칭 사업을 주선해 국내 산업 보호, 육성책을 마련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중소업체는 통신사, 대형 벤더로 통하는 안정적인 공급라인을 확보했다. 최근 2~3년간 사업이 워낙 침체했기 때문에 성장폭도 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부 회사는 단순 하도급인 주문자상표부착표시생산(OEM)을 넘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공급까지 가능할 정도로 역량을 높였다”며 “통신사 투자에 따른 지속적인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매칭 사업에 탈락한 일부 업체들은 기존 사업을 포기하다시피하며 존폐 기로에 섰다. 무선 분야 비중을 낮추고 신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수입판매업 등 전문분야와 상관없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중계기 업계는 최근 2~3년간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통신사 투자가 롱텀에벌루션(LTE) 등 4G로 전환되며 기존 솔루션 수요가 줄어들었고 통신사 투자마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30개 이상이었던 업체는 최근 들어 20개 정도로 대폭 줄었다. 이 중 LTE 관련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10여 곳 이하로 평가된다. 기술력으로 업계가 한 차례 조정된 것이다.

국내 업체와 기술이전사업을 진행 중인 글로벌 통신업체 한 임원은 “무선 통신장비 시장이 예전과 같은 큰 성장세를 기록할 수는 없다”며 “경쟁력을 갖춘 업체만 생존하며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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