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과 애플,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듀폰, 쌍용과 TDK 사이에서 벌어지는 특허소송 소식이 전파를 타고 있다. 삼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모두 소송에서 10억달러 규모의 배상 판결을 받고 항소를 준비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우리 기업에 대해 선발 주자의 견제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더 이상 국내 기업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우려한다. 우리 기업이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할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지식재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이 연루된 국제 특허 소송 25건 중 19건이 패소, 승소율이 고작 24%에 머물렀다. `세계 IP 5`로 불리는 우리나라가 특허 대응 능력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분쟁을 대응하는데 필요한 지식재산(IP) 서비스 기반이 따라가지 못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특허전담 부서를 설치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특허 분석·전략 수립, 소송 대응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치해 특허 경영을 통한 기업 성장을 추진할 기반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견·중소기업은 특허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하더라도 특허 경영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앞으로 우리 경제성장이 중견·중소기업에 달려있는 만큼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일본은 1990년대부터 IP를 국가 경쟁력 핵심 자원으로 인식했다. 국가차원에서 IP를 창출·보호·활용하기 위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난해 비로소 지식재산기본계획법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여러 정책이 시행되는 출발선에 있다. 출발이 늦은 만큼, IP를 창출·활용하는 산학연 모두가 지식재산을 경쟁력 원천으로 인식하고 특허경영을 지원하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한 기술로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받는다 하더라도 해외 유수 기업에 역공을 받으며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게 된다.
앞으로 집중해야 할 것은 IP서비스 기업을 보다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성장시켜 IP서비스산업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IP서비스 토대가 되는 특허 정보에 있어서 다양한 고급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품질의 특허DB서비스를 유통시켜야 한다. 이런 서비스를 활용해 우수한 IP를 만들고 이 정보를 잘 분석해 사업과 분쟁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역량있는 인재 양성에 한층 집중해야 한다. IP서비스기업이 수요자의 실질적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 추진 구조 개혁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지식재산기본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해 IP서비스기업이 해외 선발자의 특허 공세에 있어서 우리 기업을 지원하길 기대한다.
이형칠 윕스 대표 (chilly@wip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