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연말연시 은행권에 인사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은행 실무를 총괄하는 부행장급 10명 중 7명 꼴로 퇴임과 연임 갈림길에 서게 됐다. 임기 만료가 많은데다 금융사고, 실적 부진 등과 관련한 문책 인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신한·하나·KB·산업은행 등 5개 대형 은행의 부행장급 61명 가운데 41명의 임기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끝난다.
우리은행은 수석부행장, 집행 부행장, 준법감시인 등 부행장급 15명 가운데 1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김양진 수석부행장이 2013년 정기주총, 이영태 IB본부 집행 부행장과 이동건 업무지원본부 부행장이 내년 3월 31일까지 임기다. 나머지 부행장 12명의 임기는 오는 12월 9~10일에 끝난다. 12월 8일 정기 인사를 앞두고 내부에서는 이미 인사 하마평들이 쏟아지고 있다. 웅진그룹 사태로 우리금융이 예금보험공사와 약속한 2012년도 경영개선이행약정(MOU)에 빨간 불이 켜진 것도 인사 태풍의 강도를 키웠다. MOU 불이행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더해지면 물갈이 폭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질수 있다.
신한은행 역시 부행장급 12명 가운데 9명의 임기가 내년 초에 끝난다. 기업부문 이동대 부행장, CIB그룹 오세일 부행장, 리테일부문 조용병 부행장의 임기가 내년 2월11일까지다. 주인종 부행장보(여신심사그룹)과 설영오 부행장보(글로벌사업)가 내년 2월 25일까지 임기고, 이신기(기관그룹), 김영표(마케팅지원), 최영수(업무개선그룹), 임영진(경영지원그룹) 부행장보의 임기가 내년 1월10일 끝난다.
하나은행은 김병호 경영관리그룹 총괄 겸 HR그룹 총괄 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급 14명(부행장 6명, 부행장보 8명) 전원의 임기가 올해 12월31일까지다.
산업은행은 이미 2년 임기에 1년 연장을 한 임경택 부행장을 비롯해 2011년 1월 19일에 선임된 김윤태, 노융기, 류희경, 이삼규 부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 종료된다. 10명 가운데 5명의 자리가 바뀔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내년 1월로 임기 3년을 다 채우는 임경택 부행장을 포함해 총 3명이 퇴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부행장 10명 가운데 절반인 5명이 교체되고 올해 8월 2명이 새로 선임되거나 연임됐다. 대기업금융그룹 이찬근 부행장만 올해 12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하나금융그룹 산하에 들어간 외환은행은 올해 3월 부행장 9명을 전원 해임해 올해 교체 대상 인사는 없다. 통상 은행권의 임원 임기가 기본 2년인 것과 달리, 외환은행은 1년으로 당긴 것으로 알려져 내년 3월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NH농협은행은 올해 3월 2일 신충식 은행장과 부행장이 모두 임기 2년으로 출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대선까지 겹쳐 있어 정부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일부 은행에서는 정기 인사 외에도 차기 정권 출범과 맞물려 지주 회장이 교체되면 연쇄 인사가 있을 것”이라며 “이미 고위급 인사시즌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장들의 임기는 2014~2015년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