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뒤 인비저블폰이 온다]<4·끝>전문가 좌담회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은 IT환경을 놓고 펼치는 기업 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 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래 이동통신 기술을 누가 선점하는지에 따라 시장 판도와 기업의 운명까지 좌지우지되는 세상이 됐다. 뒤따라가는 기술개발로는 시장 장악에 한계가 있다. 우리 스스로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역할이 절실하다. 산학연의 융·복합화, 나아가 나라 전체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돼 움직여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공동으로 3회에 걸쳐 스마트폰 이후 열릴 것으로 점쳐지는 인비저블 폰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마지막 회에서는 차세대 폰으로서의 인비저블 폰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비전은 뭔지를 듣는 전문가 초청 좌담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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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김대식 ETRI 연구위원

김원섭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장

김채규 ETRI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

김현 ETRI 지능형에이전트연구팀 책임연구원

도이미 ETRI RFID·USN 소자팀장

안동식 정보통신기업발전협회(EVA) 회장(맥스웨이브 대표)

※사회=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

◇사회(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ETRI는 5년 후 인비저블 폰이 올 것으로 예측했다. 다른 폰도 있을 수 있는데 굳이 인비저블 폰인 이유가 뭔가.

◇김현(ETRI 지능형에이전트연구팀 책임연구원)=향후 모바일 컴퓨팅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 단말은 더 커지거나 더 작아진다. 즉, 우리 생활 속의 디스플레이는 더욱 커지게 되고 개인 소유 단말은 더욱 작아진다. 둘째는 연결성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 간 연결을 통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될 것이다.

셋째는 인텔리전스인데 결국 인간 중심의 컴퓨팅 시스템이 될 것이다. 즉, 사람이 기계를 이해하기보다는 기계가 사람을 이해함으로써 보다 편리한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관점에서 출발해 기술을 분석하고 그 결과로 도출된 것이 인비저블 폰이다.

◇김대식(ETRI 연구위원)=통신 쪽에서도 앰비언트 네트워크나 스마트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등이 나오는데 그 다음에 커넥티드 인텔리전스라는 말이 나온다. 네트워크가 알아서 주변 상황을 다 인지하고 그 가운데 최상 연결로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단말 차원에서는 손에 보이지 않는 IO 장치와 제어장치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인비저블 폰 형태로 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우리가 `퍼스트 무버`기에 명확한 예측을 위해 일정한 리스크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사회=인비저블 폰을 위한 R&D체계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채규(ETRI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역할분담을 들여다보자. 인비저블 폰을 ETRI가 한다고 보면, 기획부터 비즈니스 모델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ETRI는 미래기술 핵심을 개발하는 역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ETRI 사이에서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게 안 되니 힘들어졌다고 본다. 큰 사업을 구상할 때 서로 역할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시장성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개발 속도가 잘 맞아 돌아갈 때 역할분담을 하고 기술을 개발하면 서로 다투는 것은 없을 것이다. 산학연 몫을 나눠 조율하는 것도 시너지를 낼 것이다.

◇김대식=시대 변화에 대응해 출연연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CDMA가 개발될 당시에는 출연연이 대형 ICT시스템 개발의 구심점이 돼 산업체를 아우를 필요가 있었다. 당시 정부에서 이러한 분야별 역할을 충분히 파악하고 추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ETRI 시스템으로는 미래폰과 같은 새로운 개념수립과 이에 따르는 기술개발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TRI가 연구에 전념하지 못하고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학계, 산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연구과제 수주체계에서는 연구의 품질을 높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산학연 간 시너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상호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큰 틀에서의 ETRI의 역할 정립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현재 우리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5년 뒤, 나아가 10년 뒤 기술 모습에 대해 전망해달라.

◇안동식(정보통신기업발전협회(EVA) 회장)=새로운 기술이라고 해서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기능 중 불편한 건 편리하게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미래폰은 교육 측면에서 볼 때 사람의 메모리에 스마트폰 저장공간과 인터페이스시킬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역사책을 머릿속에서 다운로드하는 세상도 올 것이다. 둘째는 로보틱스와 연계될 것이다. 기계와 인터페이스한다고 보면 된다. 셋째는 바이오 부문이다. 몸 상태를 폰이 실시간으로 알려주면 혈관 등의 상태 정보가 잘 보관돼 있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면 좋을 것이다.

폰에 입력하는 장치나 방법 등이 아직 많이 불편하다. 이런 부분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도이미(ETRI RFID·USN 소자팀장)=차세대 인비저블 폰의 단말 형태는 플렉시블한 전자 소자로 이루어질 것이다. 단말 형태 자체도 유연성이 있어 두께는 얇아지고 초경량화, 초박형으로 전자소자 기술은 기판 내에 임베디드 전자회로 개념 쪽으로 기술 개발이 진행될 것이다. 박형으로 고성능화를 이루려다보니 고집적화는 불가피하고 기능을 1000배 이상 양자 도약(Quantum Jump)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능 면으로 보면 첫째가 고속 대용량 정보처리가 가능한 통신 기술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에너지 하비스트, 자가발전(Self Generation)과 같은 전원기술이 요구되고 세 번째는 공간적으로 어느 곳에도 적용 가능한 유연한 형태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필요하다.

◇김현=인비저블 폰 만들 기술이 있느냐는 질문을 주위에서 많이 들었다. 인비저블 폰은 지금까지 없던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기술로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이를 새로운 IT 생태계로 이끌어보자는 것이다.

기술 전체를 놓고 볼 때 새 기술은 5% 미만, 나노기술이 IT와 융합되고 BT가 IT와 융합돼 기술혁신을 이루는 기술이 30%, 그리고 기존 기술 개선이 60~70%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반기술과 융합기술, 상용기술 3축으로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인비저블 폰은 단말 자체가 초소형이며 주변장치와 연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물 인터넷(IoT) 인프라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아직 IoT 구축이 안 돼 있다. 시간이 좀 걸릴것이다. 초소형 박형 소자 기술이나 감성 인터랙션도 시간은 걸릴 것이다.

◇김원섭(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장)=기술 자체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론을 사용해야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트리즈 기법과 같이 다학제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창의공학적 방법으로 기술이 개발되고 통합돼야 한다. 때로는 IT 분야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타 분야에서 접근하면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이미=공간 인프라를 이용한 인비저블 폰에 들어가는 부품은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모품도 가능하다. 대기환경이나 감성까지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센서 까지 탑재할 수 있어 어느 곳에서나 교환할 수 있고, 버릴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소모품이 된다면 상업적인 가치도 커질 것이다. 또 모든 물건에 부착이 가능하고, 모든 사물에 적용하여 지식을 얻는다고 보면 서비스가 늘어나고 이의 사용료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다. 항상 지니고 다니는 시계, 안경 같은 곳에 포스트잇 처럼 붙어 있다고 보면 된다.

◇사회=산·학·연 역할을 규정한다면.

◇안동식=시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가는 게 맞다. 스마트폰에 비용 대비 비효율적인 기능이 좀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지원해 부족한 걸 채워주는 역할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고 그걸 모으는 역할을 한다.

◇김현=IT산업은 글로벌 경쟁이다. 지금의 애플이나 구글 등을 연구소 한 곳으로 접근해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심지어는 재난이나 환경 같은 경우는 미국 혼자서 안 되니, 일본이나 EU 등과 국가적으로 힘을 합치지 않나. 우리나라도 작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포함해 산학연이 다 합쳐야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정신으로 힘을 합치고 대응해야 할 때가 됐다.

◇김원섭=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져 있다. SW와 HW를 통합해 시장과 시기에 적절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상당수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이 이러한 기술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정의해야 한다.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때문에 다른 폰으로 바꾸지 못한다. 아이폰은 애플 생태계로 들어오는 열쇠다. 안드로이드 기반 폰들은 구글 세상으로 들어가는 열쇠다. 하지만 두 세상은 사용자를 대하는 느낌이 다르다. 인비저블 폰을 열쇠로 생각한다. 인비저블 폰은 혼다의 아시모 휴머노이드처럼 기술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그 열쇠로 열고 들어가서 열리는 세상, 그 세계의 서비스, UX, 친개발자 환경 등등이 더 중요한 형태가 될 것이다.

◇사회=R&D 실패론과 책임론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대식=미래폰 자체가 앞으로 흘러갈 방향이라고 본다면 실패 자체를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개발방식에서는 여러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TM 기술과 라우터 기술이 있는데, ETRI는 ATM을 선택했다. 현 시점에서 보면 방식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TDMA 기술도 상용화돼 있는데 CDMA를 선택했고, 결국에는 CDMA가 세계 시장의 3분의 1이 됐고 우리나라가 주도했다. 와이브로와 LTE도 마찬가지다. 미래폰에서도 디스플레이 방법이나 입력 방법 등은 다를 수 밖에 없고 선택할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을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연구개발을 소홀히 해서 실적이 안 나오는 것과는 차별화돼야 할 것이다.

◇김원섭=창의적인 연구에 관해서는 쉽게 실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제록스연구소에서 많은 창의적인 연구들이 이루어졌는 데 애플이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도 그 결과물 중의 하나다. 폐기된 기술들도 많겠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술도 많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실패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의 용납도 필요하다.

인비저블 폰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현재 기술을 적정한 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의 스마트폰은 사용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버스펙으로 구성된 측면이 있다. 스마트폰 개발 업체들은 이미 인비저블 폰에 대한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예측되는 사용자 수요에 적절한 수준의 기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사회=생태계 구축에 대해 얘기한다면.

◇김채규=정부는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 연구는 실제로 산학연이 하지만 예산집행 등은 국가가 나서야 한다. 출연연이 기획하고 정부가 컨트롤하면서 학교와 기업이 같이 유기적으로 협조했으면 한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특정 부처로는 안 된다. 다부처에 걸쳐 있는 통합아이템이다. 지경부냐 방통위냐 이런 식의 구분은 의미 없다. 미래 국가차원에서 보고 가야 한다. 범부처 과제로 가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여기서 ETRI 역할도 나온다.

◇김대식=지금 정부는 PM, PD를 통해 관리하고 있는 상황인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라고 방향을 설정하고 예산을 정해줘야 한다. 현재로는 과제평가가 다 우수인데 쓸 기술은 없는 상황이 됐다. 차제에 인문학 쪽에서 출연연 방향을 설정해 줄 연구소를 만들어 연구를 진행시켰으면 좋겠다.

◇사회=미래기술에 대해 예측한다면.

◇김채규=이동통신의 기술진화를 삼라만상에 비유해보자. 자연에 비유하면 식물은 유선폰에 해당한다. 동물은 움직이는 이동통신과 스마트폰이다. 그 다음은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를 감정폰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슬프거나 고뇌에 찬 것 등을 폰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감성폰과는 다른 개념이다. 지금 스마트폰까지 왔는 데 5년 뒤 인비저블 폰에는 무엇을 넣어야 할까. 그것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미래폰의 형태가 아니겠나.

◇김원섭=제스처 인터페이스 같은 미래기술에 대한 시나리오는 많다. 궁극적으로는 가상공간의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인터페이스하기 위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으며, 그 형태는 스크린 기반 단말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적인 사물들과 결합이 예상된다.

◇사회=마지막으로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 등을 정리하면.

◇김채규=삼성과 애플의 특허 개념 자체가 다르다. 우리가 중시한 것은 기술이고 미국은 디자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퍼스트 무버`는 뭔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과 애플 분쟁을 보면 삼성은 어쨌든 팔로어였다. 지금부터 퍼스트로 가야 한다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트렌드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오피니언 리더는 많지만 주창하는 사람은 없다. 삼성이나 현대 CEO들도 잘 못했다. 출연연 기관장이 `이것이다`라고 해도 아무도 안 믿어 준다. 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뒤따라가는 맹신자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각자가 추종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황창규 사장의 `황의 법칙`이 있는데 이것이 퍼스트 무버 역할이다. 국내 대기업 사장이 해외 나가서 “우리는 이렇게 한다”고 얘기하고 주창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안동식=창의적인 특허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ETRI 특허는 수천 개다. 정부투자 결과물이다. 그 결과물을 무료로 쓰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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