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미디어 빅뱅]`코드` 자른 OTT, 편성권을 없앴다-미국 시장 사례

“한 유령이 통신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OTT(Over-The-Top)라는 유령이…”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범(OVUM)이 내놓은 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칼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의 유명한 첫 구절을 인용해 OTT의 성격을 풀어냈다. 정체를 알기 어려우나 끊임없이 출몰하고 현실을 위협하며 죽이려고 해도 절대 죽지 않는다는 의미다.

[스마트미디어 빅뱅]`코드` 자른 OTT, 편성권을 없앴다-미국 시장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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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TV를 통해 영화 다운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전통적인 통신·미디어 시장의 패러다임이 `스마트 미디어` 시장으로 바뀌면서 OTT 시장이 크게 부각받고 있다. 네트워크를 보유하지 않고 미디어 콘텐츠를 다른 기업 인터넷망을 통해 제공하는 OTT 서비스는 처음에는 PC나 모바일에서 시작해 점차 TV를 비롯한 전통적 미디어 단말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보다 조금 더 OTT 서비스의 확산이 빠른 미국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늘어나는 `코드커팅`=대표적인 OTT 서비스사업자 `넷플릭스` 누적 가입자는 2007년 약 750만명에서 지난해 2625만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9180만달러에서 3억 7610억달러로 늘어났다.

1997년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2012년 1분기 기준으로 세계 최대 유료방송 가입자로 등극했다. 비즈니스 형태는 기존 유료방송과 크게 다르다. 회선을 설치해주고 회선료를 기본요금으로 받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인터넷망 위에 7.99달러의 낮은 가격으로 각종 영화와 TV 프로그램 800여종을 TV단말기 뿐 아니라 PC, 모바일 단말까지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한다.

콘텐츠 소싱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최대한 많은 가입자`가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기반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방송의 콘텐츠를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닌, 넷플릭스 전용 콘텐츠 서비스인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도 꾀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성장세는 기존 유료방송 가입자의 이탈, 즉 `코드커팅(code-dutting)`이 늘어나는 징표다.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를 해지하고 단순히 `망 회선료`만 지불하며 넷플릭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탓이다. 이는 유료방송 사업자와 `콘텐츠 밀월관계`를 구축한 지상파 사업자에게도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큰 타격을 입힌다. 해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콘텐츠 의존도 전이에 따른 저가 패키지 상품 하향 조정 `코드 쉐이빙` 역시 늘어나고 있다.

`훌루`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폭스·NBC·ABC” 등 미국 지상파방송 자회사들이 합작해 설립하 OTT 서비스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자사 프리미엄 방송 콘텐츠를 직접 유통하겠다는 것이다. 훌루 역시 2011년 4억2000만달러의 매출과 150만명 유료 가입자를 기록하며 성공세를 보였다.

◇유료방송의 대응 “우리도 한다”=2011년 기준 2234만명의 누적가입자로 미국 시장 1위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는 2009년 12월, 자사 케이블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엑스피니티(Xfinity) TV 서비스를 런칭했다. 지난해 2월에는 모바일용 앱도 함께 내놨다.

케이블 방송업체가 OTT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기반으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정면 대응을 한 셈이다. 3300개 영화, 3만5000여개 TV 시리즈를 제공하며 컴캐스트 가입자들에게는 무료로, 비가입자에게는 유료로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컴캐스트는 또 지난 2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엑스피니티 스트림픽스`를 출시했다. 스마트폰과 게임콘솔까지 포함한 인터넷 기반 디바이스용 N스크린 서비스다.

IPTV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은 2010년 11월 자사 IPTV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플렉스뷰` 서비스를 출시했다. 10만개 이상 VoD 타이틀을 3개의 단말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 자사 IPTV 가입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라이브 유료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온라인 TV 채널을 무료로 제공하는 크로스플랫폼 전략도 추진한다.

이러한 OTT 서비스로 촉발된 미디어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방송의 편성권 개념이 약화된 것이다. 시간대별, 채널별 편성권을 진 SO 사업자나 지상파 방송사가 힘을 발휘했던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과는 달리,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로 무슨 콘텐츠를 이용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가입자·매출 추이

(자료:넷플릭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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