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규제 완화와 이용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문재인 후보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인터넷 업체 대표의 총평이다. 문 후보는 기조 발언과 질의응답에서 인터넷을 자유와 공유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콘텐츠와 데이터의 자유로운 유통과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가 제시한 ICT 5대 핵심 정책도 이러한 틀 위에서 만들어졌다. 문 후보 진영은 5대 핵심 정책에 살을 붙여 갈 것으로 보여 이번 간담회가 문 후보의 ICT 공약을 예측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분석이다.
문 후보는 현 정부와 차별화에 초점을 맞췄다. 문 후보는 기조강연에서 “인터넷 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과 철학이 남달랐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시대 인터넷 산업의 활력은 정말 달랐다”며 “국정 최고책임자의 정책마인드가 산업 환경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실제로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없앤 ICT 컨트롤타워를 다시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밝혔다. 문 후보는 “과거 정보통신부의 순기능을 복원하고 정부에 인터넷 산업 정책을 총괄할 기구를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 융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으로 인한 혼란은 없애며 기획과 실행은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주목되는 것은 표현의 자유 보장이다. 문 후보는 “네트워크 세상은 기본적으로 자율적 세상이며 자율성을 공권력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있어서도 안 되고 또 가능하지도 않다”고 전제하고 표현의 자유 보장을 약속했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수렴돼야 관련 산업도 활기를 띌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누구나 네트워크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통신 활용을 기본권에 가깝게 받아들여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휴대폰 단말기 국제비교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보이스톡 같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단말기 국제비교시스템이 현실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창업 활성화 지원도 문 후보가 주목하는 정책이다.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고 대기업에만 이익이 편중되는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문 후보는 “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발전시키면 창업도 늘어나고 좋은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창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청년창업을 지원하고 소액의 다수 투자자를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등 다양한 창업자금 조달 방안을 제공하기로 했다. 벤처 붐이 꺼진 이후 급락한 창업투자의 활성화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정책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상생과 융합의 인터넷 산업 생태계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 문 후보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표준 하도급계약서 도입과 의무화를 우선 추진하고 솔루션 납품과 유지보수 기준을 명확히 세워 중소기업이 불리한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또 인터넷 융합환경을 조성하는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인문과학이나 문화예술 같은 기초 콘텐츠와 인터넷 기술간 통섭교육 및 교류시스템도 지원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문 후보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넷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정책이 구체화되면 판단할 일이지만 인터넷 업계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