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PC가상화 전면도입 "신나게 일합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여름, 현대중공업 사무직들은 한결 쾌적한 환경 속에서 일했다. 에어컨 때문이 아니다. 업무용 PC 가상화로 사내 클라우드컴퓨팅 환경을 구현한 탓에 실내 온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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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통합전산실 직원이 데스크톱 가상화 도입 후 넓고 쾌적해진 사무 환경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달 초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통합전산실을 찾았을 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실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책상 위 아래에서 열을 내뿜던 PC 본체는 사라졌다. 문어발처럼 늘어져 있던 각종 전선도 자취를 감췄다. 넓어진 사무용 책상 위에는 PC 본체 대신 작고 예쁜 화분이 자리 잡았다.

현대중공업이 사내 데스크톱 가상화(VDI)를 추진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VDI`는 데이터센터 서버에 가상의 PC를 만들어 놓고, 장소에 상관없이 접속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이다.

현대중공업은 임직원을 위해 `스마트워크 환경`을 구현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 5월까지 1차로 1800대의 사무용 PC를 가상화했다. 이달말까지 완료할 1700대를 합하면 총 3500대의 PC가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되게 된다.

클라우드컴퓨팅은 쾌적한 근무 환경과 함께 보안과 에너지 절감이라는 1석3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중공업 분야는 산업 특성상 보안이 중요한 문서를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문서 보안에 대한 요구는 일반 기업보다 높다. 그동안 개인 PC에 저장돼 있던 현대중공업 문서 자료는 이제 중앙서버에서 일괄 통제 관리된다.

데이터의 유출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 개인 PC 사용상의 보안 위협도 훨씬 낮아졌다.

PC 본체가 사라지면서 전력 사용량은 기존 대비 30% 선까지 낮아졌다. 전기 요금으로 환산하면 1년에 12억원, 5년간 60억원 규모다. PC 구입과 이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이 없고, 오피스 프로그램의 관리 효율성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등 부가적인 효과도 상당하다.

현대중공업 통합전산실에서 PC가상화 도입 후 해당 임직원을 상대로 환경 변화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3% 이상이 만족한다는 답을 내놨다.

무엇보다 임직원을 기분 좋게 만든 것은 한층 빨라진 부팅 속도다.

임승진 정보운영부 차장은 “파워 버튼을 누른 후 5~6분이나 걸리던 부팅 시간이 30초 정도로 단축돼 아침이 상쾌해졌다. 덩달아 모든 오피스 프로그램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PC가상화는 국내 대기업 제조 현장에, 그것도 부분적이 아닌 전면 도입한 첫 사례로 꼽힌다.

조성우 현대중공업 통합전산실 상무는 “PC가상화 사업의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토대로 모바일 컴퓨팅과 빅데이터 처리 등 클라우드컴퓨팅 환경을 대폭 확대해 오는 2015년까지 가능한 사내 모든 컴퓨팅 업무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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