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19대 국회에 던지는 질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국감시즌을 앞두고 국회의 자료 요구 폭탄을 맞았다. 오는 10월 5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둔 의원들의 자료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출연연에 대한 높은 관심이라면 좋겠으나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일부에서는 `대강대강`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놨다. 대통령 후보와 관련한 내용은 서로 물고 늘어질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분야는 대충 넘길 게 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출연연은 지금 방향성을 잃었다. 국회와 정부부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연구회 등이 얽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 신세다. 국감 땐 국회가 `키`를 잡지만 크게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다. 출연기관에선 국회가 자신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늘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부 의원은 ETRI(에트리)를 `이티알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감장에서 CDMA(시디엠에이, 코드분할다중접속)를 `씨드마`라고 불러 주위에 웃음을 제공한 의원도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기본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일부 의원들의 `출연연 두 번 죽이기`도 되새겨볼 일이다. 수개월 전 감사원이 내놓은 자료를 다시 들춰내 마치 대단한 문제를 찾은 양 포장해 제공하는 일은 다반사다. 새로운 얘기는 없다. 단지 국민 시선을 잡기 위한 재탕, 삼탕 자료 우려먹기 식이다.

따져보면 의원들이 출연연에 대해 해야할 일은 참 많다.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출연연 거버넌스는 어찌 돼 가는지, 출연연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찾아볼 만 하다.

고인이 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이 죽음까지 이르게 된 속내는 무엇인지, 지난 20일 생명연 원장 공모가 마감되기도 전에 18대서 비례대표를 지낸 B 전 의원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런 얘기를 들어봤는지 묻고 싶다.

자율적인 연구 분위기 조성이 왜 필요하지, 50%가 넘는 출연연 비정규직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출연연 기관장 가운데 한명이 집단사표를 내자는 제안도 했다는데 그런 얘기가 나온 배경이 뭔지,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 기관을 제대로 꾸린 사례가 거의 없다는 평가인데 과연 그런지도 파악해 볼 일이다. 장관급인 대학총장이나 교수, 교육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왜 차관급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출연기관장이나 경영진으로 내려와 욕먹으며 일하는 속내는 뭔지, 노조위원장을 기관장이 온갖 네트워크를 동원해 중상모략하고 괴롭힌 일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정도가 되려면 우선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필요하다. 속내도 모르면서 아무리 정책 국감을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텐데.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