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아침, SK텔레콤이 `멀티캐리어 대중화 시대`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날 오후 이번에는 경쟁사가 `멀티캐리어도 하고 워프도 한다`는 보도자료를 보냈다. SK텔레콤이 멀티캐리어 보도자료를 내자 이를 반박하는 자료다. 실제 경쟁사 보도자료 내용을 반박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른바 `물타기`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통신사들의 물타기 보도자료 배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롱텀에벌루션(LTE)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쩍 늘어났다.
지난 5월 멀티캐리어 시범서비스를 처음 발표했을 때도, 통신 3사가 순차로 차세대 LTE 전략을 발표했을 때도 물타기 자료가 난무했다. 이제 한 회사가 전략적인 보도자료나 간담회를 하면 경쟁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유사한 자료를 내놓는 게 공식이 됐다.
물타기 자료 배포는 미디어 관심이 한 회사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소모적인 물타기 전쟁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칫 통신산업 이미지만 흐릴 수 있다.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기술이 물타기 자료로 평범한 기술이 되는 것도 한순간이다. 반복할수록 통신산업 전체에 마이너스다.
물타기 같은 극단적인 경쟁상황이 펼쳐지는 근본 원인은 과도한 경쟁 때문이다. 좁은 국내 시장을 두고 통신 3사가 뺏고 뺏기는 싸움을 한다.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갤럭시S3가 출시됐을 때는 경쟁적인 보조금 살포로 90만원대 단말기가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렇게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업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한 고객이 중도 이탈하면 손해가 크다.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한 `폰테크` 등의 기현상도 경쟁에 매몰된 통신사가 자초한 결과다.
통신사들은 이미 상반기부터 LTE 보조금 경쟁을 벌여 수익성이 곤두박질했다. 연초 발표했던 실적 가이던스를 3사 모두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자칫 영업이익 등 수익성 관련 지표는 절반 이하로 떨어질 위기다. 그럼에도 경쟁사가 돈을 쓰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3사 해명도 `경쟁사 때문`이라고 한결 같다.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금도가 있다. `상도의` `상생`을 저버리면 공멸한다. 소모적인 경쟁보다 상생의 경쟁을 모색할 때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