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을 맞은 전자신문과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후보 3인의 인연도 새삼 화제다. 세 사람은 소속 정당과 가치관, 배경 등은 각기 다르지만 전자신문과 깊은 사연을 갖고 있다.
박근혜 후보와 전자신문의 인연은 고(故) 박정희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통령은 1960년대 정부 부처나 경제계에서도 거의 관심이 없었던 전자공업에 일찍 눈을 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컬럼비아대 교수였고 후에 전자신문 초대 사장을 지낸 김완희 박사를 한국으로 초청해 전자산업육성보고서를 만들도록 부탁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박 후보는 김 박사의 영향을 받아 전자공학을 전공할 것을 결심한다. 박 후보는 결국 1970년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1975년 박 후보는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유에 대해 밝힌 바 있다. 그는 “무엇보다 여고시절에 전자공학에 흥미를 느꼈던 것이 동기가 됐다”며 “전망이 밝으며 한국에 유익한 산업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전공하면 비록 적게나마 생산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박 후보는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이공계 출신 의원모임에 참석하고 국회 과기정위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실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전자신문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노 대통령은 재임 시절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일간지 중 아침마다 가장 먼저 보는 신문은 전자신문”이라고 말할 정도로 ICT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재임했던 문 후보 역시 생각의 방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1994년 명함·일정 관리하는 인맥 관리 프로그램 `한라1.0`을 개발한 데 이어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 `e지원 시스템`을 고안했다. 임기 첫 해인 2003년부터 역대 대통령과 달리 정보통신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ICT를 통한 정부 효율 증대를 선언했다.
문 후보 역시 경선 과정에서 ICT를 적극 활용했다. 지난 7월 민주당 예비 경선에 나서면서 문용식 한반도재단부이사장(전 나우콤 대표)을 디지털캠페인 본부장 및 온라인대변인으로 선임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전 나눔기술, 캔들미디어 대표를 지낸 장영승 미디어 특보도 ICT 산업계 출신이다. 이 덕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세몰이가 가능했다.
문 후보가 핵심 참모로 참여했던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황해도 해주에 ICT 중심 경제특구 건설안에 합의, 남북 교류에도 ICT를 적극 활용할 것을 천명했다. 지난해 민주통합당은 총선 공약으로 `ICT통합기구 신설`을 내걸면서 IT에 강한 정당의 면모를 보이며 전자신문이 주장해 온 `IT독임부처 설립안`에 힘을 보탰다.
ICT 기업인인 안철수 후보는 전자신문과 아주 인연이 깊다. 이런 인연은 출마선언 후 사실상 민생행보 첫째날에 전자신문 창간 30주년 기념식 참석으로 이어졌다. 안 후보는 기념축사에서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설립 당시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개발자 한 사람으로 전자신문이 처음 보도했다”면서 “전자신문 창간 30주년은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17년동안 ICT인으로 살아 온 안 후보는 역사적인 순간마다 전자신문이 앞장서 보도했다. 1988년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처음 개발할 때, 1991년 백신Ⅲ(V3)가 탄생할 때, 1995년 안철수연구소가 설립될 때 가장 앞서 전자신문이 사실을 전달했다. 지속적인 V3 신제품 출시나, CEO로서 기업 혁신을 추진할 때 전자신문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심층 해설을 다루기도 했다. 또 사업초기 `바이러스 이야기`라는 칼럼을 전자신문에 100회 가량 연재했으며 구원모 현 전자신문 대표가 기자로 활동할 시절 구 대표와 함께 미래포럼을 만들어 활동했다.
안 후보는 “안철수연구소 사임 이후 대선 출마 시점까지도 본인에 대해 가장 정확한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전자신문의 비전과도 생각을 같이 한다. 안 후보는 “전자신문이 제시하는 디지털 패러다임이 현 시대 조류”라며 “전자신문의 세상 보는 시각이 나와 같기 때문에 인연이 깊다”고 전했다. 최근까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맡았던 안 후보는 전자신문의 주요 취재영역인 융합분야에 대해서도 시대 조류라고 가치를 평가했다.
산업 발전에 대한 전자신문의 편집방향과도 뜻을 같이 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IT벤처 기업 CEO로서 지내온 안 후보는 “전자신문 기사에 대해 많은 독자가 공감하고 있다”면서 “대·중소 상생 등 정확하고 시의 적절하게 산업계의 폭넓은 논의를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열심히 했지만, 앞으로 30년, 100년 이상 국내 IT산업 발전에 든든한 동반자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