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ERP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줄곧 참여해 20여년간 ERP 시장의 다양한 변화를 몸소 경험해 왔다. 최근 기업들의 ERP 운영 핵심 과제와 앞으로의 전략을 ERP 시스템 가용성 확보 측면에서 풀어 보고자 한다.
◇ERP 도입 전방위 확대…업무 범위 넓어져=기업의 ERP 시스템 구축 동향의 가장 큰 변화는 도입 기업 규모와 형태다. 2000년대까지는 대·중견기업의 ERP 신규 도입이 ERP 사업의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 중소기업이 ERP 시스템을 기본 IT 인프라로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이미 ERP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던 대·중견기업은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신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면서 ERP 기능과 업무 범위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ERP 시스템 도입의 또 다른 큰 변화는 구축 범위에 있다. 과거 ERP 시스템 구축이 단순히 ERP 솔루션의 단위 시스템 구축 형태였다면, 최근 ERP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기준 정보 관리 및 경영 정보 시스템, 포털 시스템, 인터페이스 시스템 등과 이를 지원하는 보안 시스템, 사용자 및 권한관리 시스템, 문서 관리 시스템 등이 함께 적용된 통합 관점의 ERP 시스템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ERP 시스템이 양적·질적인 성장 가도에 있는 국내 기업의 성장세와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에 있어 핵심 중추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금의 ERP는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기업의 기본 프로세스에서 수요 및 생산 예측에 이르는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ERP가 멈추면 회사도 멈춘다…가용성 보장 필수=기업의 핵심 업무를 지원하는 ERP 시스템이 멈추면 기업 업무가 중단된다. 기업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는 ERP 시스템의 365일 24시간 운영의 필연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ERP 시스템의 가용성에 대한 고민이 최근의 ERP 구축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도 일부 기업들은 ERP 시스템의 서버 이중화로 하드웨어 장애에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준은 ERP 시스템의 중요도에 비해 매우 낮았다. 그뿐만 아니라 지진 및 전쟁 등 재해에 대해선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3년 전 국내 대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의 여러 ERP 시스템을 하나의 ERP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 기업은 ERP 시스템 오픈 후 장애로 인해 24시간 동안 해당 기업의 생산·물류·판매 서비스 업무가 중단돼 약 80억원을 웃도는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판매 제품에 대한 사후서비스(AS) 중단으로 기업 이미지 저하를 초래해 국내외에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애 또는 재해 발생 시 업무 연속성 확보를 위한 가용성 보장이 중요하다. 시스템 가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장애 대비 시스템 및 네트워크 이중화, 데이터 복구 체계 구축, 국지적 재해(태풍·지진·홍수·화재 등)와 국가적 재해(폭동·전쟁 등)에 대비하는 재해복구(DR)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위 사례의 기업은 ERP 장애 사고 후 ERP 운영을 위한 모든 구성 요소 즉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이중화했다. 소프트웨어 장애에 대비해 스탠바이시스템(Stand-By System)을 구축했고, 국지 재해 시 복구 가능한 근거리 DR와 광역 재해 대응을 위한 원거리 DR의 2단계 복구 시스템 체계를 갖췄다. 대부분의 장애 시에도 업무 연속성을 보장하고 지진·전쟁 등의 재해로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가동이 불가능한 최악의 경우에도 2일 내에 업무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해외에 DR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속한 장애 대응 체계 갖춰 가용성 확보=국내 사례뿐 아니라 해외 선진 사례를 살펴봐도 이러한 추세는 명확하다. HP는 ERP 시스템을 포함한 전 시스템의 가용성 확보를 위해 시스템 이중화 체계를 도입했다. 미국 내 3개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DR 환경을 구성했다. IBM은 최근 ERP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미국과 유럽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대륙 간 DR를 구성해 재해에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재해 방지 시스템의 최근 구축 추세와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구축과 운영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업종이나 글로벌 비즈니스 규모, ERP 시스템 재해 시의 피해 규모 등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규모의 재해 방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 는 국내 대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설계해 현재 구축 중인 재해 복구 시스템 구성도와 업무 재개 목표시간이다.
선진 IT기업에서는 DR 시스템의 평상시 활용도를 높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주 데이터센터와 재해복구시스템 있는 데이터 센터에 각 50%의 운영 서버를 배치해 운영하는 기업의 사례도 있고, HW 비용 절감을 위해 별도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재해복구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이러한 비용 절감형 재해 복구 시스템 구축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장애 및 재해 대비책 강구와 함께 ERP 가용성 확보의 또 다른 측면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바로 장애 예방활동과 조기 장애 감지를 위한 엔드투엔드(End-To-End)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다. 장애 비중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시스템 변경에 의한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방안인 형상 관리 시스템 도입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최근 ERP 모니터링시스템은 애플리케이션관리시스템(AMS), 서버관리시스템(SMS), 네트워크관리시스템(NMS) 등 기능을 활용해 종합적인 시스템에서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사용자의 단말기에서부터 서버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RP 솔루션 벤더들은 ERP 솔루션 자체나 별도의 모니터링 및 형상관리 도구를 패키지에 포함하거나 별도의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어,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효율적이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장애·재해 복구시스템구축은 가용성 정도에 따라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어 기업의 업무 형태, 글로벌 프로세스 지원, 주변 인프라 등 다양한 주변 요소를 고려해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 기업 환경에서의 ERP 시스템 장애와 재해는 단순한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위 사례의 예처럼 기업 이미지 손상 등 금전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무형의 가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재해복구시스템 구성도
업종별 재해복구 시스템 구성타입
임찬진 삼성SDS ERP컨설팅팀 수석컨설턴트 Kevin.y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