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 시장의 강자 애플은 지난 7월 갑작스레 지문인식 솔루션 기업 어센텍을 3억5600만달러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어센텍은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이지만, 그동안 애플과 단 한 건의 거래 실적도 없었다. 애플이 생체인식 기술을 차세대 아이폰·아이패드의 핵심 기능으로 결정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지문·얼굴·홍채 등 생체인식 솔루션이 차세대 스마트 기기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구글·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도 생체인식 기술을 보유한 중소업체를 인수하거나 제휴를 맺어 원천기술 확보에 안간힘을 쓴다. 근거리 무선통신(NFC)이 스마트 기기에 본격 적용되면 생체인식이 모바일 시장의 핵심 기능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올 초 아이스크림샌드위치 버전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레퍼런스폰인 갤럭시 넥서스에 얼굴인식을 적용하면서 생체인식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얼굴인식 기술은 지문 및 홍채 인식 기술에 비해 정밀도가 떨어져 금융 결제 등에 활용되기는 어렵지만, 인식속도가 빨라 단순 보안 기능에 효용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와 함께 지문 등 생체인식 기술을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생체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까지 추진한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업체 페이스북은 지난 6월 이스라엘 얼굴 인식기술업체 페이스닷컴을 1억달러에 인수했다. 자체 휴대폰을 개발한 페이스북은 페이스닷컴의 안면 인식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 시장을 발굴할 계획이다.
중소·중견 기업들도 생체 인식 기술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집중한다. 입력 솔루션 기업 크루셜텍은 광 입력장치(OTP)에 지문 인식 기능을 더한 바이오트랙패드(BTP)를 개발해 스마트 기기업체와 적용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크루셜텍은 BTP에 3D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고, 노이즈 제거 기능을 가미해 지문 인식 정확도를 대폭 높였다.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트레이스는 피부 내부의 진피를 인식해 지문을 판독하는 지문진피인식센서 개발을 추진한다. 사람마다 지문 진피에 따른 무선주파수(RF) 차이가 발생하는 원리를 활용한 생체인식 기술이다.
슈프리마·아이락글로벌·니트젠앤컴퍼니 등 생체인식 기업도 모듈을 소형화해 스마트 기기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아이폰5에 생체인식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후속 모델 적용 가능성이 크다”며 “차세대 제품뿐 아니라 특허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생체인식 원천 기술 확보는 스마트 기기 업체들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