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특허·실용신안 선행기술조사 업무를 산하 기관인 한국특허정보원에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으로 지식재산권 중요성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특허청이 국내 IP(지식재산)서비스 산업 육성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한표 국회의원(무소속)이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선행기술 외부조사사업 추진실적`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 현재 특허청이 외부용역으로 시행한 특허·실용신안 선행기술조사 업무의 80% 이상을 산하 기관인 한국특허정보원(특허정보진흥센터)이 수행했다.
이 업무의 민간 업체 참여율은 20% 미만에 머물렀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허청은 올해 8만4230건(용역비용 236억원)의 특허·실용신안 선행기술조사 업무를 외부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할 예정이다. 이 중 83.5%(7만306건, 용역비용 197억원)를 한국특허정보원에, 나머지 16.5%(1만3천924건, 용역비용 39억원)는 W사와 I사 등 민간 업체 두 곳에 의뢰할 예정이다.
이는 2008년 민간 IP서비스 전문기업 위탁 용역비율 20.03%보다도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김한표 의원은 “특허청의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2005년 민간 IP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선행기술조사 업무에 민간업체를 참여시킨 취지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IP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도록 의무화한 지식재산기본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허청이 발주하는 선행기술 외부조사사업에 민간 IP서비스 전문기업 용역비율이 해마다 줄어드는 것은 한국특허정보원이 민간 시장에 지나치게 참여하고, 특허청 지정 전문기관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허청 내부 지침인 `선행기술조사 전문기관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요령`에는 전문기관 지정은 특허청장이 전문기관의 수를 정해 지정 계획을 공고하고 민간업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2008년 이후 공고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미 지정된 민간 IP서비스 전문기업도 지정취소 등 변경된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어 신규 업체가 참여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특허청이 산하기관에 일감을 몰아주고 추가 전문기관 선정에도 소홀해 영세한 국내 IP서비스업계에서는 `특허청이 IP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고사시키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IP서비스에 대한 국내 기업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IP서비스업체가 영세해 대기업들은 매년 막대한 돈을 해외 IP 서비스업체에 지불하고 있다”며 “글로벌 IP 서비스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국내 민간 IP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