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사건_094] 사회 패러다임을 뒤흔든 SNS <2011년 10월>

위키피디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지니고 있는 사용자들 간의 관계 형성을 돕고, 이렇게 형성된 지인관계를 바탕으로 인맥 관리, 정보 및 콘텐츠 공유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 2000년대 중반 시작된 인터넷과 모바일의 혁명이 없었다면 지금같이 폭발적인 SNS 성장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SNS는 단순 온라인 친교 도구가 아니라 사회 패러다임을 뒤흔든 커뮤니케이션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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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우리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활동을 뒤흔들어 놓았다.

◇한국 SNS 시장 규모=요즘 SNS 계정 하나 없는 사람 없다. 한국 가입자 규모는 어느 정도 일까.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 11월 기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투데이, 요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SNS 이용자 수는 2009년 11월 119만명에서 1060만명으로 9배 가까이 뛰었다.

국내 토종 SNS인 네이버 미투데이는 꾸준히 선방 중이다. 미투데이는 2009년 1월 론칭해 2010년 3월 가입자 수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785만명을 확보, 가입자 수 1위를 지키고 있다. 해외 SNS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2011년 11월 기준 44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9.22%, 인터넷 이용인구의 11.3%가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위터 이용자는 2009년 10월 5만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 11월 530만명으로 늘어났다. 한 달에 1회 이상 트윗을 작성하는 사용자는 세계 평균 20%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40%에 이른다.

◇정치 참여 도구가 된 SNS=SNS는 수천만명의 사용자들과 동시에 생각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SNS가 `파워 시프트(Power shift, 정치권력 전환)` 수단으로 등장했다고 분석한다. 인터넷 등장과 함께 IT분야가 급속히 발전했기 때문에 SNS가 시민혁명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인 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촉매제가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전문가들은 2011년 10·26 재보궐선거를 꼽는다. 일부 언론학자들은 당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장 선거를 `소셜미디어와 보수언론의 영향력 대결`로 규정했다. 무상급식이라는 사회적 이슈에서 촉발된 여론전이 선거와 맞물리면서 보수와 진보세력 간의 대결, 여와 야의 대결로 번졌다. 미디어도 둘로 나뉘었다. 보수진영을 묵시적으로 지원하는 전통매체들과 진보진영을 적극 지지하는 소셜미디어로 크게 갈렸다. 결과는 소셜미디어, 특히 트위터가 상당한 영향력과 여론지배력을 가진 전통매체보다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는 꼼수다` 같은 팟캐스트 형태의 모바일 방송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셜미디어의 힘을 입어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지자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온라인 취임식을 갖기도 했다.

◇기업들의 마케팅 도구가 되다=SNS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분야는 정치지만, 이를 적극적인 마케팅 영역으로 인식한 것은 재계다. SNS를 이용한 마케팅이 초기 투입 자본 대비, 거의 무한에 가까운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이제 기업들 사이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가장 큰 장점은 고객과 스킨십 빈도를 높이면서 SNS로 확보한 신규 고객까지 `충성층`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SNS가 실제 매출액과 얼마나 연계되는지 정확한 분석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기업 친밀도는 기업 제품이나 이미지에 대한 호감으로 직결된다. 단적인 예로 지난 4월 KT는 아이패드2 출시 직전 트위터와 페이스북만으로 이를 공지했다. 그 결과 17분 만에 예약 가능 물량 890개가 모두 동나면서 예약 판매가 종료됐다. 미스터피자는 시간대별로 진행되는 각종 이벤트를 중계하면서 SNS로만 1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현재 우리나라 100대 기업 중 74%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SNS를 활발히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미디어의 근간을 흔들다=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서 활약하고 있는 SNS는 전통 언론의 영향력을 감소시켰다. 기존 언론도 소셜 플랫폼과 결합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기존 매체가 커버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에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했고 특히 양방향성으로 단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트위터는 완결 매체라기보다는 공론장에 가깝다. 게시글의 글자 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핵심`을 짧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자신의 주장에 논거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매체 링크를 달 수밖에 없다. SNS가 형성하는 공론의 장에서 기존 매체 영향력은 외부 링크에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지에 달려 있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한 해 동안 토종 포털사이트가 SNS 세 확장에 강하게 영향을 받으면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급제나 폐쇄적인 자료 검색, 웹 페이지보다 스폰서 링크를 상단에 놓는 상업성, 제한적 본인확인제 등이 개방적인 SNS 부상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기존 매체의 가장 큰 위협이었던 포털 사이트가 SNS의 성장으로 인해 위축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근거를 들어 전통 언론과 SNS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이 관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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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재스민 혁명`

◆SNS에 힘을 실어줬던 가장 큰 사건은? `재스민 혁명`

단순 친교 역할을 도맡았던 SNS가 정치,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커질 수 있었던 글로벌 계기는 무엇일까. 다시 말하면 이용자들이 `SNS의 힘`을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때는 지난 2010년 12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튀니지 중부 인구 4만명의 소도시 시디 부지드에서 무허가로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라는 26세 청년은 경찰의 단속에 적발돼 청과물을 모두 빼앗겼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해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이었다. 청년은 시청을 찾아가 청과물을 되돌려 받으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그는 시청 앞 도로에서 머리에 기름을 붓고 분신자살했다.

청년의 사망에 분노한 시디 부지드 시민들은 항의 시위를 벌였다. 튀니지 무장경찰은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수십명이 숨졌다. 이 소식은 페이스북을 타고 순식간에 튀니지 전국으로 퍼져갔다. 블로거들을 비롯해 사이버 활동가들은 시위 상황과 무장경찰의 총에 맞아 처참하게 피를 흘린 채 숨진 시민의 사진과 동영상을 부지런히 페이스북에 퍼날랐다.

튀니지 국민들은 거리로 뛰어나와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시위가 격화되자 1987년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철권통치를 해온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2011년 1월 14일 밤 가족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달아났다. 23년간의 독재 체제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전 세계 언론은 튀니지의 시민혁명을 `SNS가 꽃피운 재스민 혁명`이라고 불렀다. 튀니지에서 흔히 보이는 국화 재스민처럼 평범한 민초들이 SNS를 통해 혁명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SNS는 양날의 검이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언제라도 인터넷과 SNS를 전면 차단하거나 중지시킬 수 있다. 반정부 시위와 민중 봉기가 쉽게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것. 지금껏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민중 봉기의 기폭제 역할을 했지만 역설적으로 집권 세력이 인터넷을 차단해 반정부 시위와 민중 봉기를 손쉽게 통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독재 국가들과 권위주의 국가들은 인터넷으로 선전전도 적극 벌인다. 독재 국가 국민 상당수는 관영 매체 발표는 믿지 않으면서 인터넷 정보는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독재자로 악명 높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국정 철학을 설파한다. 중국에서는 반정부 성격의 블로거뿐 아니라 수많은 친정부 블로거가 활동한다. 국민 우민화에도 인터넷이 동원된다. 일부 국가는 국민 관심사를 정치에서 딴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일부러 해적판 영화나 온라인 포르노, 동영상이 나돌도록 방조한다. 예브게니 모로조프 미국 스탠퍼드대 민주주의센터 연구원은 “인터넷이 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한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오히려 권위주의 정부나 독재정권을 유지해주는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위주의 정부도 필요에 따라 인터넷 파급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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