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보조금 치킨게임` 대안 없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통신3사 일일평균 휴대폰 번호이동 건수 추이지난 10일 이동통신사업자간 번호이동 영업전산이 4시간가량 기능이 발휘되지 못했다. 주말 유통가에 다량의 보조금이 살포돼 구매자가 몰리면서 번호이동 입력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전산이 먹통이 된 까닭에 이날 번호이동 수는 6만7972건에 그쳤지만, 통신업계에선 실제로 주말분 개통이 다 이뤄지면 사상 최대치인 15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동통신 시장에 멈출 수 없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잇따라 제재 조치를 발표한 후 통신사들은 `자정`을 약속했지만 시장에 강력하게 소구하는 새 단말기가 출시될 때마다 휴지조각이 된다.
7일에는 한두시간 간격으로 통신 3사가 보조금을 올리기 시작해 몇 시간만에 갤럭시S3 가격이 10만원대로 떨어졌다. 테크노마트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한 통신사가 보조금을 올리자 세 시간이 안 돼 다른 두 회사 보조금도 올리고 시간대별로 10만원씩 보조금이 추가됐다”며 “몇 시간 차이로 같은 단말기의 가격이 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전쟁 계속된다
보조금 대란은 LTE 경쟁구도가 안정화되는 연말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3사 모두 LTE 가입자 목표치(3사 1600만명)를 채워야하기 때문이다. 아이폰5가 국내에 출시되면 또 다시 뺏고 빼앗기는 현상이 반복될 전망이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TE 가입자 목표치가 정해진 연말까지는 현재 상황에서 보조금 대란은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며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LTE 비중이 30% 이상 되면 `하이엔드` 소비자층의 이동은 마무리된 걸로 볼 수 있는데다 새로운 이슈도 없기 때문에 보조금 시장 열기가 식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3분기 마케팅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던 지난 2분기 2조258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과도한 마케팅비에 실적악화와 올해 전국망을 갖추고 음영지역을 없애기 위한 사상 최대인 8조원 투자를 단행한 것이 겹쳐 내년 투자 여력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서비스·품질 안 통하는 시장` 인정해야
정부의 기본 방침은 “구매 시점에 따라 소비자를 차별하는 보조금이 아니라 서비스·망 품질에 따른 상품 구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조금 상한선(대당 27만원)을 정해 이를 어기는 영업이 지속될 경우 제재에 들어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서비스·품질보다 보조금에 따라 움직인다는 걸 전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 연구원은 “통신사들이 각자 장점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소비자 입장에선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라며 “보조금이 유일무이하다시피 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서비스로 승부하라`는 먹히지 않는 주문 대신 보조금을 적절하게 조절할 정교한 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번호이동 기간 연장·즉시 전산정지 등 강력 제재 필요
방통위가 거론하는 `신규모집 금지`는 사실상 효과가 적다. 서비스 가입이 필요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순차적으로 영업 정지를 시킬 수밖에 없어 돌아가며 경쟁사 가입자를 뺏어오는 기회를 주는 꼴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현행 3개월인 번호이동 금지기간을 최소 6개월로 늘리는 것이 한 방법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고가 단말기를 싸게 사서 차익을 붙여 파는 `폰테크` 상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반 가입자는 1년 이상 회선상품 사용을 유지하기 때문에 기간을 연장해도 소비자 피해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에겐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수 있다. 새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통신사에 빼앗긴 가입자를 다시 가져오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것이다.
실시간 보조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보조금이 이상 과열되면 일정 시간 전산입력을 정지를 시키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주식 시장의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크` 같은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통신사가 마음대로 보조금을 뿌리두록 놔두고, 사후 규제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 효과가 적기 때문에 `즉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도 “사실상 지금은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보조금을 내리도록 만드는 힘이 방통위에 없다”고 말했다.
*통신3사 일일평균 휴대폰 번호이동 건수 추이(단위:건)
*현행 보조금 규제 한계와 대안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