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 제대로 받자] <상> 블랙엔젤 주의보

`제2창업 붐`으로 새로운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경험이 부족한 청년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뺐거나 기술특허만을 노리고 투자하는 `블랙엔젤`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보가 부족해 불공정 계약을 맺는 경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블랙엔젤 피해를 줄이고 건전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투자 노하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엔젤투자가 스타트업의 강력한 파트너로 떠올랐다. 하지만 투자를 빙자해 경영권을 빼앗거나 기술특허를 노리는 투자도 빈번해 비상이 걸렸다. 창업가가 회계나 지분관계에 대한 이해없이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하는 게 이른바 `블랙엔젤`이다.

교육용 앱 제작사 H사 대표는 회사도 세우기 전에 경영권을 빼앗겼다. 엔젤투자자를 자처한 벤처회사에서 사무실을 빌려주고 돈을 보태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수익이 발생하자 “인수해 주겠다”며 회사 가치를 평가했다. H사 대표가 당시 인수금액으로 받은 돈은 사무실 집기와 PC 비용 수준이었다. H사 대표는 “당시 `사업을 도와주는 형님`이라고 생각해 회사를 빼앗기고 나서도 상황 파악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인수 제안시 첨예한 문제가 지분이다. 엔젤투자 이후 투자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일시차입형태로 들어왔다가 자본금으로 전환을 요구하고 지분을 늘려 대표 지분율을 줄이는 방법이 가장 흔하다. 돈이 필요할 때 야금야금 지분을 사들여 창업자가 자금이 없어 유상증자를 제 때 못하면 그대로 회사를 빼앗는다.

주식 환매(바이백)조항이나 상환전환 우선주를 악용하기도 한다. 상환 청구시에 자금이 부족하면 이행청구, 강제집행으로 이어진다. 경영권과 함께 기술 특허를 모조리 넘기고 심한 경우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단기 상환우선주 투자를 받을 때 `상환조건` 항목에 `이익잉여금 한도 내 상환`규정이 없으면 이자와 원금을 모두 일시 상환해 대출과 동일한 효과가 난다.


최근에는 성공한 벤처 기업 P사가 엔젤투자를 제안하면서 `지분 40%, 투자금은 현물 지원`을 제안해 물의를 빚었다. 신뢰도가 높은 기업이 `블랙엔젤`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증거다. 투자 후 경영권을 넘겨 준 한 창업자는 “당장 돈이 급해 제대로 따지지 않고 투자하겠다는 사람에게 지분을 넘겼던 게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창업자가 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정부 출자금이나 공인엔젤 투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 정부 모태펀드에서 지원하는 `엔젤투자 매칭펀드` 자금 중 `대학 엔젤투자 매칭펀드`, `연세-GL엔젤펀드`와 `한양엔젤클럽` 등 대학 자체적으로 만드는 엔젤펀드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아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차선책이다. 미국 진출을 고려하면 한국에 투자처를 물색 중인 `formation8`, 한인이 운영하거나 파트너로 있는 엔젤투자펀드 등에 집중적으로 기업설명회를 해볼 만하다.

블랙엔젤= 천사처럼 나타나 돈을 대주다가 갑자기 얼굴을 바꿔 창업자를 밀어내거나 개인 이익만을 노리는 악성 투자자. 블랙엔젤은 기업을 성장시켜 열매를 함께 나누는 정통 벤처투자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자본 이득을 취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된 데 따른 현상이다. 이들이 노리는 대상은 주로 재무 구조가 취약해 금융 대출이나 기관투자를 유치하기 힘든 스타트업 기업이다.


연도별 엔젤투자 실적

[엔젤투자, 제대로 받자] <상> 블랙엔젤 주의보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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