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송시장 규제완화 정책들이 줄줄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철 지난 규제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법 지체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케이블TV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과 IPTV 규제완화를 담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이하 IPTV법) 개정안`의 전체회의 상정일자도 정하지 못했다.
방통위는 당초 지난달 31일 전체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7일로 한 차례 연기했다. 현 국회 상황으로는 7일 상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지연 이유는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국회에 보고하라고 해서다.
한선교 문방위원장(새누리당)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특혜법이라고 비판하며, “CJ가 KBS보다 더 커질 것”이라면서 입법에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우현 의원(새누리당)도 CJ가 방송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혀 국감 쟁점화 뜻을 비쳤다.
방통위는 일단 국회에 설명하는 절차를 가진 뒤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 쉽게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 지연으로 IPTV법 개정 역시 좌초될 위기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케이블TV와 IPTV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맞춰 IPTV법을 함께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를 기대한 유료방송업계는 국회의 반대 움직임에 불만이 커졌다. 규제완화 정책은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왔고, 이제 막 처리되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고 대선정국이 시작되면 사실상 올해 법 개정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규제완화를 하면 누군가는 수혜를 입게 될 텐데, 그것 때문에 특혜라고 반대한다면 결국 규제 완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좁은 국내 시장만 놓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산업 육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