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자금 조달처인 은행의 문턱은 높고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직접자금 조달도 힘들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상당한 규모의 현금 자산을 쌓아놓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46조3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441조1000억원보다 1.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잔액은 115조1000억원에서 140조2000억원으로 21.8% 늘어 증가율이 중소기업의 16배를 넘었다.
중소기업은 회사채 발행과 기업공개(IPO)를 통한 직접 자금조달에서도 대기업에 비해 어려움을 겪었다. 3년물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주로 발행하는 신용등급 `BBB-`인 회사채 금리는 올해 상반기 평균 9.87%에 달했다. 대기업이 주로 발행하는 `AA-` 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 4.16%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2001년 이후 매년 80% 이상을 유지하던 중소기업의 IPO 비중은 올해 상반기에는 55.6%(5건)로 내려앉았다. 중소기업 IPO 비중은 2008년만 해도 전체 IPO의 95.2%(40건)에 달했다.
주식시장은 기업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인 만큼 중소기업의 IPO 부진은 투자자가 몰리는 대기업과 자금 여력 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자금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조달하는 자금에서 은행 자금 비중이 80% 정도로 높다.
대기업의 뒷주머니는 상대적으로 두둑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0년 말보다 58.5% 늘어난 15조5220억원의 현금자산을 보유했다. 현대차는 13.14% 증가한 7조324억원을 쌓아뒀다.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삼성테크윈 등 상반기 실적이 좋았던 기업들은 현금이 늘어났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0대 그룹 가운데 90% 이상이 비상 경영체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 전망이 그만큼 어둡다는 뜻”이라며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현금 확보가 가장 좋은 대처법이라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현금 확보 노력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중소기업 대출 현황(단위:천억원,%)
자료:한국은행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