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TV 기술개발과 서비스를 놓고 제조사와 방송사 간 책임론이 다시 불거졌다.
KBS 등 방송사는 UD 방송을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한 만큼 TV 판매로 실질적 수혜를 얻을 제조사들의 재원 부담 등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비스와 단말기 제조로 영역이 명확히 구분됐으며, 과거 디지털전환 시점에 불거졌던 제조사 책임론이 다시 등장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신사업마다 제조사 책임?=지난 2008년 지상파 디지털전환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제조사 책임론이 불거졌다. 방송사를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 재원조달에서 TV 판매로 이익을 얻는 TV 제조사들이 일정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올 초 스마트TV를 놓고 삼성전자와 KT에 망중립성 논란이 일었다. 스마트TV로 막대한 트래픽 증가가 나타나는데 제조사들은 방관만 하고 있다는 통신사업자의 주장이었다.
아직 초기단계인 UDTV를 놓고도 방송사와 제조사 간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제대로 된 UD서비스를 위해 제조사와 방송사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재원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이 건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방송사는 양질의 서비스를, TV제조사는 좋은 UDTV를 만들어 제공하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사 책임론 명분 있나?=KBS를 중심으로 지상파 4개사는 UDTV 콘텐츠 제작을 위한 협력을 지난 4월 맺었다. 이미 아랑사또전과 각시탈, 여수엑스포 일부 특집물 등을 UD로 제작했다. 2018년 동계올림픽에서 시험방송을 준비 중이다. KBS 관계자는 “UD방송과 TV산업 발전에 방송사-제조사 협력이 필수”라며 “그런데 LG는 협의에 소극적이고, 삼성은 아예 논의의 장 자체를 거부 중”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LG전자는 최근 84인치 UDTV 판매를 시작했지만 대량판매 모델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관련 기술력은 갖췄지만 제품 출시계획이 없다. 제조사들은 관련 서비스가 준비된 최적화 시점에 UDTV의 공격적 마케팅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TV 이외에 UD기술 전반을 선도할 생각은 없다. 아직 방송사의 구체적 요구가 명확하지 않지만, 불필요한 협의에 끼는 것 자체를 기피하려는 움직임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 TV 업체가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데 국내에서 일부 책임을 진다면 다른 모든 나라에서 유사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이는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사는 수신료, 광고수익, 방송발전기금 등으로 UD방송 서비스를 준비하면 되는 것”이라며 “재원이 부족하면 제조사가 아닌 정부와 관련 내용을 협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고화질 TV 선제적 대응은 필요=일본 NHK와 파나소닉은 `슈퍼하이비전(SHV·8K)`이란 차세대 TV 기술을 세계 표준규격으로 민다. SHV는 우리나라가 내놓은 UD(4K)TV보다 화질이 두 배 선명하다. 단기간 내 상용화할 기술은 아니지만 고화질 경쟁은 향후에도 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선제적 기술개발과 표준화가 시급하다.
방송신기술 도입에서 방송사와 제조사가 기술 협력을 하거나 콘텐츠 제작에서 손을 잡는 일은 있다. 그렇다고 제조사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직접 지원에 나선 예는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방통위 관계자는 “미래 기술에 대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UD방송과 TV는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라며 “정부차원에서 방송사를 직접 지원하거나 제조사에 역할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