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후 20년간 중국 IT 수출이 500배 늘었다. 평판디스플레이·반도체 등 5대 품목은 이 기간 770배에서 많게는 6760배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초기에는 생산기지로, 후기에는 소비시장으로서 한국 IT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틀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중국 기술력이 향상된 만큼 수평적 관계로 기술과 글로벌 표준 개발에 함께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자신문이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무역협회에 의뢰해 지난 20년 IT 수출 현황을 파악한 결과, 1992년 9400만달러에 불과했던 IT 수출 규모는 지난해 470억달러로 499.7배 늘었다. 연 평균 증가율은 41.6%다. 이 기간 전체 중국 수출 증가율 22.9%와 세계 수출증가율 11.0%보다 20~30%포인트 높다.
IT 수출은 연도별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수출은 IMF 외환위기(1998년) 닷컴 거품 붕괴기(2001년), 미국발 금융위기(2009년), 유럽발 금융위기(올해) 당시 마이너스 성장을 한 반면에 IT 수출은 2001년을 제외하고는 20년간(올 1~7월 포함) 매년 늘었다. 불황기에도 중국시장이 수출규모 축소를 막는 완충 역할을 한 셈이다.
주력 수출품목 모두 경이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기준 수출규모가 가장 많은 평판디스플레이는 수출통계가 처음 확인된 1993년 300만달러에서 지난해 202억9200만달러로 6760배 늘었다. 반도체와 휴대폰(무선통신기기)도 각각 400만달러와 100만달러에서 157억8000만달러와 42억8000만달러로 각각 4000배 안팎 증가했다. 컴퓨터도 이 기간 1600만달러에서 27억9100만달러로 174배 확대됐다.
중국 IT제품 수입 규모는 지난해 기준 수출의 절반 수준이다. 1992년 28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48억5000만달러로 887배 늘었다. 중국 기술력 상승으로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 등 중간품 수입이 늘어난 결과로 파악된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기업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고가 시장에 집중하는 동안 우리 기업은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고가와 중저가 시장을 함께 개척했고 이것이 중국 시장의 급성장과 맞물려 기회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봉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1990년대에는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로 우리 IT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이후 중국 소비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출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며 “우리가 IT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중국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져 기존 전략으로는 수출 확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며 “단순히 생산기지나 수출시장이 아닌 공동 기술개발과 글로벌 표준 개발 등에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한국무역협회(2012년은 1~7월 기준)
【표】한·중 수교 후 주요 품목 중국 수출 추이(단위:백만달러)
※자료:한국무역협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