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통신비 요금이 도마에 올랐다. 각 정당과 대선 주자는 선거철마다 인기에 영합하려고 실현 불가능한 통신비 반값, 가입비·기본료·문자메시지서비스(SMS) 무료 또는 인하를 내세운다. 한마디로 정보기술(IT) 생태계 구조나 통신비 구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포퓰리즘에 눈이 가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한심한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SK텔레콤 8498억원, KT 9464억원, LG유플러스 713억원 등 총 1조8700억원으로 알려졌다.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엄청나게 줄었다고 한다. 만약에 1년 동안 6000만명에게 가입자당 1000원의 요금을 인하한다고 가정해도 통신사업자는 7200억원 손실이 발생한다. 또 이동통신 가입비·기본료·SMS 요금 폐지를 시행한다면 연 5조원 이상의 손해가 생긴다. 이는 이통 3사 1년 영업이익의 1.5배를 능가, 통신서비스 공황 사태를 가져 올 것이다.
정치인들은 통신비 인하를 볼모로 잡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통신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이동통신사업자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책 없는 포퓰리즘에 따른 통신비 공약은 IT생태계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통신비 반값 정책을 가정해보자. 다음과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통신사업자는 단말기 보조금을 없애야 하는 필연성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자면 보조금을 지원하지 못하게 법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용자는 수년간 기존 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단말기 제조사의 사업이 위축되고 신제품을 신속히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통신사업자는 인력을 감축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전국에 엄청난 일자리를 갖춘 단말기 유통회사 직원들이 줄줄이 실업자가 될 것이다. 한국의 세계 경쟁력은 약화돼 국익에도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 증가에 대응할 투자를 제때에 못해 통신불통이라는 통신재난이 일어날 것이다. 이러면 세계 첨단 통신시장의 장비와 서비스 테스트 국가라는 IT강국 명성도 사라지고, 해외에서 기업 활동도 위축될 것이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통신요금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등이 주로 이용하는 음성통신의 요금 감면을 획기적으로 늘려 가계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취약계층의 인터넷 전화요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 단말기를 이용한 데이터통신 요금은 수혜자 원칙에 따라 종합적인 가계 엥겔계수, 사회적 부가효과 등을 감안해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적 방송통신 신산업과 서비스가 발전·육성되도록 사업발굴 정책과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유선통신과 이동통신 요금 개선은 국민의 가계비 부담 경감을 감안,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과 이를 통한 사회적 부가서비스 창출, 인프라 고도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데이터 통신요금과 연계해서 추진해야 한다. 최적의 통신 요금을 결정할 때는 △ICT로 인한 가계 생산성 향상 △물류 교통비 절감 △지식정보화 사회 만끽 △재테크 근무환경, 스마트 워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사회 소통비용 절감, 정보 획득료 절감 등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종합적으로 따져 추진해야 한다.
양재수 단국대 정보미디어대학원 교수 jsya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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