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해도 개인 회생 가능성 높아진다

#30억3000만원 규모의 신용보증 채무를 보유한 통신장비업체 A사는 지난해 10월 기업회생절차로 채무액을 17억6000만원으로 낮췄다. 전기장치업체 B사도 동일한 절차로 올 2월 채무액을 11억3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조정받았다. 하지만 회사 대표인 연대보증인은 여전히 채무 조정 이전인 30억3000만원과 11억3000만원 보증 채무를 진다. 주채무자(회사) 채무조정에도 대표자 등 연대보증인에게는 채무조정 효력이 미치지 않아서다.

채무조정에도 연대보증인 채무가 줄지 않던 불합리한 제도가 사라진다. 실패한 기업가가 재도전으로 회생하도록 돕는 `패자 부활`을 위해서다. 재도전 기업가를 위한 재창업 자금 지원도 확대하는 등 기업가 재도전 환경이 마련된다.

안종범 의원(새누리당) 대표발의로 기업 회생 과정에서 주채무자 채무가 조정 시 대표자 등 연대보증인 채무가 함께 낮아지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개정안은 각각 정무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에 상정됐다. 정무위에는 신용보증기금법과 기술신용보증기금법 개정안이, 지경위에는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라갔다. 각기 추진되는 것은 신보·기보·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정책자금 연대보증인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확실해 보인다. 안종범 위원실 관계자는 “회사(주채무자) 채무가 줄었는데 대표자(연대보증인) 채무가 안 줄어든다는 것은 문제다. 이 때문에 한번 실패한 사람이 재창업을 못한다”며 “야당에서도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도 이견이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제도 개선 필요성 견해를 밝혔다”며 “국회 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권택수 기보 이사도 “주 채무자의 채무가 조정되면 연대보증인 채무도 줄여주는 게 국민상식에 맞다”며 “국회 법 통과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 개정 후 연대보증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신용불량 족쇄를 찼던 기업인의 재기가 잇따를 전망이다. 신용불량으로 인해 대리인(바지사장)을 내세웠던 기업가도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대보증으로 신용불량 상태에 놓여 있는 기업인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지금은 크게 개선됐지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배우자·자식 등 과점주주인 이사 모두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동일하게 물었다. 수차례 제도 개선으로 개인사업자는 원칙적으로 연대보증이 폐지되고 법인 기업은 실제경영자에 한해서만 연대보증 책임을 묻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 처리 과정에서 필요할 것으로 보여, 연대보증인 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유택 보스턴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 실패자의 재기는 인위적보다는 자발적으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패한 경험을 중요한 가치로 보고 이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청은 원활한 재도전 환경 조성 일환으로 재도전 중소기업에 대해 신용회복과 동시에 재창업 자금 지원에 나선다. 상반기 47건에 74억원을 지원했으며 연말까지 확보한 예산은 200억원이다. 또 휴·폐업 시 보유자산의 신속한 처분을 돕기 위해 `유휴설비 정비포털`을 개편한다.


[표]패자부활 환경조성 현황

※자료:중소기업청

사업 실패해도 개인 회생 가능성 높아진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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