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 뇌축전 `브레인엑스포 2012` 개막

유비쿼스 최용호 사장(choi.yongho.ubiquoss.com)

지난 1984년 다중프로토콜 라우터 제품으로 창업한 시스코를 기점으로 30년간 수 조원 이상의 시장이 만들어졌다. 글로벌 네트워크 산업계는 몇 년 전부터 인문사회학적 통찰과 더불어 통섭을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 중이다. LAN·WAN, 스위치·라우터, VPN, 파이어월 네 가지 주요 발명을 바탕으로 형상·기능·성능·가격 관점에서 다양한 제품을 산업체에 공급하면서 성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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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이어진 공급자 지배적 시장가치 창출이 어려워진 이유는 사회활동 패러다임이 변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학적 통찰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주요 발명은 △물리적으로 분산된 기업캠퍼스 내부에 분산되어 존재하는 서버 팜과 임직원을 위한 스위치·라우터, LAN·WAN △외근과 출장자를 위한 VPN △외부 비인가자의 이상 접속을 막기 위한 파이어월이라는 전제가 있었다.

무엇이 변한 것일까. 대부분의 기업체 서버팜은 데이터센터, 최근엔 클라우드 형태로 기업체 데이터 트래픽이 분산되고 있다. 등록 단말기와 제한적 접속이 허용되는 BYOD 부류 단말이 혼재돼 있다. 접속 허용, 제한과 접속 불허 등을 물리적 공간 개념으로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이유는 사람이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단말기로 어떤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지에 따라 접속 권한을 주는 형태로 인문사회적 잠재욕구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산업계의 일부 선두업체는 상황을 인지해야 하는 새로운 미션에 동참했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맥락이 확보된 것이다.

조만간 새로운 지식과 도구를 갖고 출현한 신흥세력에게 경제적인 부가가치가 집중될 것이다. 메트칼프 법칙 즉 `네트워크 가치는 접속된 단말장치 수 제곱에 비례하지만 네트워크비용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는 정의가 새삼스럽다. 1980년 메트칼프는 네트워크 확산 당위성을 분명히 하면서 접속된 단말 장치가 증가할수록 경제적 부가가치가 네트워크 산업계로부터 이탈한다는 메시지를 숨겨 놓았다. 통신을 단순 매개하는 고전적 의미의 통신사업자로부터 네트워크 부가가치가 이탈해 콘텐츠와 서비스 사업자로 쏠리고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여기에 고든 벨의 법칙을 더하면 파괴력은 더욱 증가한다. `대략 10년의 주기로 저가의 새로운 컴퓨터 장치가 새로운 네트워크, 새로운 인터페이스, 새로운 프로그래밍 플랫폼 기반으로 출현한다.`는 정의가 새삼스럽다. 대략 10년 전 인터넷 확산으로 최근 스마트 기기의 폭발적 증가, 점점 다가오는 센서네트워크와 M2M 범용화 추세가 벨의 법칙에 힘을 더해 준다.

네트워크 산업계에 일어나는 변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급자 중심 기술혁신을 통한 수요충족` 경향에서 `사용자 욕구를 빠르게 해소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네트워크 부가가치를 향유하는 사용자 집단의 욕구해소가 변화의 방향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 산업계에 창의적 편집과 통섭이 필요하다. 문화 심리학자인 김정운 씨는 “기존 정보와 지식의 끊임없는 해체와 재구성, 의미 있는 인과 관계가 있는 새로운 맥락 발견을 전제로 한 메타지식 발견, 새로운 선택과 재구성이라는 창의적 편집”을 통섭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는 단순하게 네트워크 산업계의 공급자 중심 기술혁신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국내 네트워크산업계가 일차적으로 창의적 편집 또는 통섭을 더불어 시도해야 하는 대상은 국내 소프트웨어산업계다. 네트워크 산업은 내용상 하드웨어 산업이 아니다.

국내 해당 기업 연구개발 인력 구성을 보면 소프트웨어 인력이 적게는 75%에서 많게는 85% 수준이다. 접점의 형성이 가능하다. 더 늦기 전에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업계 관련 협회 또는 연구조합이 창구가 되어 합동 실무 워킹그룹을 태동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