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소유했다고 해서 꼭 경영을 해야 할까요?"…머크 300년 넘는 성장 비밀

“우수한 경영진을 채용해 번 돈을 회사 내에 재투자하는 것, 그것이 머크가 영속해온 비결입니다.”

7일 한국을 찾은 프랭크 스탄겐베르그 하버캄 머크 파트너위원회 회장은 독일 머크가 344년 동안 성장해온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가문이 회사의 소유주기는 하지만 가장 우수한 경영자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의 일치를 고집하지 않는다.

머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약 및 화학 전문 기업이다. 1668년 창립자인 프리드리히 야콥 머크가 독일 다름슈타트에 세운 `천사약국`에서 시작됐다. 화폐 개혁만 다섯 차례를 겪었다. 13대째 가족이 소유한다. 글로벌 회사로 성장해 `불멸의 기업`이란 별칭도 얻었다. 우리나라 100대 그룹의 창업 역사가 평균 50년임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버캄 회장은 “아무리 명문가라 하더라도 스스로 모든 걸 다하려 하면 안 된다”며 “가족이라고 무조건 경영을 맡기기보단 모든 인재에게 열린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가족의 이해관계보다 기업의 가치가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파트너위원회는 머크 그룹의 비즈니스를 감독·관리하는 기구다.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관여하지 않고 최고경영자에 대한 인사와 전략적 의사 결정 등만 내린다.

머크 일가는 `경영 현안은 현장 전문가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가문 사람이라고 해서 주는 특혜도 없다. 그는 “머크 가족이 (머크에서) 일을 할 순 있지만 스스로의 실력을 입증해야만 한다. 단순히 가문 사람이라고 해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머크는 의약이 60%, 화학이 40%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엔 화학으로 더 유명하다. LCD 액정 시장 선두다. 머크는 한국 시장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시사했다. 하버캄 회장은 “한국은 머크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필요한 것이 있다면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르겐 쾨닉 한국머크 대표도 “3년 전 첨단기술센터를 평택에 지은 이후 꾸준히 한국에 투자한다”며 “주요 설비 투자를 반드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크는 액정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사업화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해외엔 처음 한국에 OLED 연구소를 마련했다. AM OLED 선두인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와의 협력이 기대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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