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은행권에서 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가 연일 화제다. 무점포 예금 상품인 KDB다이렉트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4.5%, 적금은 최고 4.09%다. 수시입출 예금에도 최소 잔액 유지 조건 없이 최고 3.5%를 쳐준다. 타 은행 대비 각각 1.0∼2.5%포인트씩 높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이 상품은 은행 창구 대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직접(다이렉트) 가입한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을 예금 이자로 얹어준다는 논리다.
사실상 제로 금리에 불만이 많던 타행 고객이 실제로 많이 갈아탔다. 7월 말 현재 이 상품의 예수금 잔액은 2조7000억원대. 요즘도 하루 1000억원씩 불어날 정도로 인기다.
그럼 한번 짚어보자. KDB다이렉트로 돈 좀 벌 수 있나. 매번 다음 월급날만 바라보는 대다수 직장인은 이런 상품에 가입해봐야 이자 몇 백, 몇 천원 더 붙을 뿐이다. 최대 수혜자는 현금 부자다. 산은 측도 부인하지 않는다. 김한철 수석부행장은 “소수점 한두 자리 숫자의 금리에도 민감한 게 강남 부자들”이라며 “현재 이들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산은은 이런 고금리를 어디서 충당할까. 결국 대출 금리에서 끌어와야 한다. 국책은행 특성상 산은은 중소·벤처기업 대상 대출이 많지만 이 은행이 대출 금리를 내렸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IBK기업은행이 있다. 역시 국책은행에 기업고객이 많은 이 은행이 통장에 수백, 수천억원씩 쌓아놓는 대형 고객사를 상대로 예금 금리를 올려줬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하지만 이 은행은 작년 말 17.0%에 이르던 `중기 대출 최고 금리`를 지난 1월 12.0%로 떨어뜨렸다. 1일부터는 10.5%로 추가 인하한다. 무엇이 금융 포퓰리즘인가. 어떤 게 경제민주화의 시작인가. 곱씹어본다.
류경동 경제금융부 차장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