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산업융합 `A+B=∞`] 2회. 섬유가 만들어가는 세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세계 생활·섬유IT융합산업 시장 전망

◆IT, NT, BT와 접목해 새 옷으로 갈아입는 섬유

1970, 80년대 대한민국 수출의 중심에 섰던 섬유 산업이 변신의 옷을 입고 있다.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창의적으로 재조합해 새 가치를 창출하는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IT와 BT, NT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 생활 전반으로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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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는 섬유 뿐 아니라 풍력 발전 블레이드, 비행기 동체, 바퀴, 인공혈관, 공기청정기는 물론이고 철로 보강용 토목섬유까지 다양하게 변신한다. 산, 바다, 평지(도시) 혹은 공장, 아파트, 일반주택, 차로, 철로를 봐도 섬유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섬유가 사용되는 곳을 찾는 것보다 사용되지 않는 곳을 찾는 게 쉽다.

사양 산업으로 취급받기도 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여전히 최대의 고용창출 산업이자 주요 수출산업은 물론이고 최첨단 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했다.

정부도 섬유를 대표 융합산업 중 하나로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눈을 돌린 분야가 섬유와 IT산업 간 융합이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1단계 IT융합 확산 전략에 이어 2단계 확산 전략을 마련하면서 기존 IT융합 주력산업을 10개에서 5개로 축소하며 선택과 집중을 선언했다. 물론 5대 주력산업에 섬유산업이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그만큼 IT융합에 의한 성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고, 향후 전망도 밝다는 의미다.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스마트 매트리스, 요실금 방지용 센서, 유소년 체력측정 등 정부 R&D 과제를 공모했다. 내년에는 모두 상용화된 제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IT융합혁신센터도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설립됐다.

작년에 설립된 섬유IT융합센터는 융합의 시대에 맞춰 섬유·IT 융합을 통해 미래 먹을거리를 만드는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차년도 섬유IT융합 협력과제를 통해 다양한 성과물들을 도출해 냈다. 의류와 장갑, 방석, 매트에 사용 가능한 스마트 히팅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완료했다. 또 기존 히팅 제품과는 차별화된 다기능성 스마트 히팅 제품도 개발했다.

섬유·IT 제품의 착용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IT디바이스를 소형화·경량화하고 패션성을 부여한 상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용자에게 다양한 정보(발열온도, 등산경로 등)를 제공하는 서비스 개발도 완료했다. 섬유제품에 적용 가능한 온도센서와 커넥팅 장치도 개발했다. 센터는 지난 4월 1차년도 과제 종료 이후 IT중소기업과 협력, 양산 개발 및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증강현실 의류 제작과 유통시스템 분야도 결과물을 얻어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디스플레이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섬유타입의 LED 디스플레이 모듈 제품도 개발했다. 팔에 찰 수 있는 스포츠용 암 밴드로 시제품을 개발해 상용화 가능성 및 내구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2차년도 계속과제로 대면적 디스플레이 의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섬유IT융합 산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IT제품 제어를 위한 섬유기반 기술이나 직물기반 센서 등 원천소재개발을 통한 스마트 의류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재단(E-Tailoring) 프로젝트 등도 추진 중이다.

핀란드(심박모니터링 솔루션), 영국(운동 생체신호센싱 의류), 독일(생체신호센싱 의류, MP3 의류, 직물기반센서), 네덜란드(빛을 발하는 의류, 생체신호센싱 의류), 이탈리아(MP3 의류) 등이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일본도 국가주도로 섬유IT융합산업 발전 계획을 추진하는 국가다. 정부 주도로 업계와 학계, 연구소가 컨소시엄 형성해 IT섬유산업 제품 기술력 1위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KB-Seiren사나 요시카와 화공 등의 회사가 반도체나 LCD 등에 사용되는 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치 현 산업기술연구소의 압력 및 접촉식 직물센서도 눈에 띈다.

미국도 국가와 민간이 함께 전도사 및 섬유기반 센서 등의 원천기술, 섬유기반 원천 소재 개발이나 맞춤 주문형 양산 의류, 3D 아바타 쇼핑 등의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IT는 물론이고 BT, NT까지 결합된 융합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의류 중심의 섬유산업에서 탈피해 의료·자동차·항공 등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블루오션 확보가 한창이다. 이런 융합 신 섬유 개발을 보면 향후 섬유 융합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돋보이는 분야는 의료 분야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바이오나노섬융융합연구그룹 임대영 박사가 개발한 무독성 항균 필리에스테르 섬유(Antibiotic Fiber)와 초극세 부직포 제조기술이 대표적이다.

임 박사팀은 인공 혈관이 꺾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 주름을 잡는 기술과 혈전 방지를 위한 헤파린 코팅 기술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전통 직조 원리를 이용해 Y자 타입(분지) 인공 혈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현재 8개 분지까지 가능하다. 이외에도 수술시 장기 유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녹아 사라지는 원사 등을 개발, 동물 실험까지 마쳤다.

의료계 논란을 불러온 송명근 건국대병원 교수가 개발한 CARVAR 수술도 섬유융합 기술의 사례다. 이 수술법은 대동맥판막질환을 대상으로 특별히 고안된 인공삽입물(CARVAR 링, 플레이트)을 이용해 대동맥 근부의 유지 또는 복원과 대동맥 판막엽을 재건하는 것이다. 이 수술에 사용된 인공삽입물은 의학적으로 다른 인체 기관인 혈관과 판막을 한 번에 엮어낸 것으로 첨단 섬유융합기술이 적용됐다.

임대영 생기원 박사는 “의료뿐 아니라 섬유는 궁극적으로 모든 산업과 접점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며 로봇산업의 예로 들었다. 로봇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결국 지금의 쇠를 기반으로 한 엔지니어링 기술로는 도달할 수 없고 결국 사람의 뼈와 근육, 인대 등을 대신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하는데 그 해답이 섬유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로봇 연구자들 중 재료 공학 분야에서 근육이 섬유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다양한 섬유 소재에 대한 연구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출연연 중 유일한 R&D 전담조직 갖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유일하게 섬유 분야 연구개발(R&D) 전담조직을 갖췄다.

의류 중심의 섬유산업에서 탈피해 의료·자동차·항공 등 새로운 산업분야의 블루오션 확보를 위해 진행하는 융합 신 섬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IT, BT, NT 등 기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시장 창출 잠재력이 높은 고부가가치 섬유 개발로 제2의 섬유산업 르네상스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개발 기술은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해 상용화함으로써 세계적인 전문기업으로 육성할 생각이다.

◇메디컬 섬유=예전에는 메디컬 섬유라고 하면 수술복이나 마스크 등을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과용 봉합사, 외과용 이식재료, 보철용 재료 등 다양한 의료분야에 사용된다. 의료용 메디컬 섬유시장은 매년 10%씩 성장한다.

메디컬 섬유는 NT, BT 융합기술로 치료 및 신체기능을 보조하는 인공혈관, 인공인대 등의 섬유와 상처봉합 및 의료용 소모용품 섬유로 나뉜다.

세계 시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생기원에서는 전통 섬유 직조기술을 사용해 차별화된 첨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임대영 생기원 박사는 메디컬 섬유의 핵심 소재로 쓸 수 있는 무독성 항균 필리에스테르 섬유(Antibiotic Fiber)와 초극세 부직포 제조기술을 개발에 성공했다.

섬유, 고분자, 의료기술이 융합된 이 첨단 소재는 인공혈관, 백혈구 제거 필터, 창상피복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백혈구 제거 필터로 상용화되면 재료비 대비 1500배, 인공혈관은 약 2500배의 가격이 책정된다.

임대영 박사는 “생기원이 개발한 메디컬 섬유 소재기술을 기반으로 동물실험과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 인공혈관, 수술용 메시, 창상피복재 등의 실용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 섬유=환경이나 인체 자극에 대한 감지 반응시스템인 `스마트 시스템`이 적용된 의류를 디지털 의류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정보를 공유, 유비쿼터스를 실현하는 정보통신이 가능한 의류다. 이런 디지털 의류의 핵심기술이 전기가 통하는 스마트 섬유다. 대용량 정보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통신용 전기전도성 실을 의미한다.

현재 스위스, 벨기에 독일 등에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생기원 미래융합연구그룹 정기수 박사팀이 80Mbps 전송속도를 갖는 디지털 실을 개발했다. 디지털 실의 코어는 10〃m 직경의 구리 필라멘트 3~7 가닥으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 전자파 차폐를 위해 미세박막 코팅을 하고 다실 절연 수지 코팅 처리와 염색사 커버링 작업을 거친다. 이 디지털 실을 일반 실과 혼합해 편직하면 디지털 실 부분이 전자기판 회로와 같은 역할을 해 데이터를 송수신한다.

생기원은 디지털 실 개발뿐만 아니라 편직기술을 이용해 최대 300라인의 동시 회로설계 및 디지털 밴드를 이용한 의류생산기술과 커넥터를 이용한 모듈 간 연결기술까지 개발, 디지털 의류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까지 확보했다.

스포츠·레저 섬유제품이나 의료·건강, 환경용, 디지털 섬유제품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생기원에서는 생체신호 측정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폐 방지용 지폐=메디컬 섬유를 개발한 임대영 박사팀은 복합용융방사 기술을 활용해 섬유 내부에 특수 물질을 함유하는 방식으로 지폐 위조와 복사를 막는 고분자 복합 섬유소재도 개발 중이다. 이 고분자 섬유로 제작한 지폐는 내부에 특수 물질이 고유한 섬유상의 형태로 존재해 위조 및 복사를 원천 차단하는 고부가가치 섬유소재다. 현금, 수표는 물론이고 보안이 필요한 모든 문서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보안사로 꼽힌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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