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수 사장은 부산공고 기계과 출신이다. 열 아홉 살이던 1988년 LG전자 창원 제2 공장 자재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업무를 보다 간혹 접한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낀 그는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자 경남정보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95년 부산에 있던 화창정보통신에서 본격적인 프로그래머 업무를 시작했다. IMF 여파로 회사가 문을 닫자 1998년 하이드로소프트라는 소프트웨어(SW) 회사를 설립해 1년간 운영했다. 리포팅 툴과 IT자산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던 회사였다. 제품이 입소문을 타자 보안업체 하우리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다. 근무지를 서울로 옮겨 1999년부터 하우리 연구소장으로 일했다. 시스템 관리와 보안관제를 전문으로 하는 바이로봇 매니지먼트 서버(VMS)를 개발했다. 공공 분야에서 5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며 하우리 성장의 일등 공신이 됐다. 그리고 더 큰 꿈을 이루고자 2001년 말 회사를 설립했다. SW 벤처로 10년 남짓한 기간에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는 알서포트다.
서형수 알서포트 사장은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전문가다.
네트워크 프로그래머로 입사해 실력을 다졌던 하우리에서의 경험을 인생의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부산을 떠나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겼던 1999년 당시 하우리는 직원 수 1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서 사장은 프로그래머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본격적으로 비즈니스에 눈을 뜨게 된 시절이기도 하다.
직전 회사에서 그가 개발한 IT자산관리 솔루션은 하우리에서 VMS로 재탄생했다. 당시 시장에는 PC용 보안관제 SW밖에 없었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를 관리하고 보안관제가 가능한 VMS는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우리 입사 후 2년 만에 폭발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
하우리에서 서 사장은 엔지니어로서는 최고의 위치인 연구소장으로 근무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모델이 지금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발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창업을 고민하게 된 이유다.
“이미 조직화된 하우리는 머릿속으로 구상하던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면 많은 지원과 벤처기업 특유의 역동성이 필요한데 이게 쉽지 않았습니다. IT자산관리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창업을 결정했습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2001년 말 알서포트를 설립했다. 원격제어 기술과 솔루션이 핵심이었다. 예를 들어 PC에 바이러스가 침투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전산 담당자나 서비스 업체 직원이 방문하는 게 아니라 원격으로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B2B에서는 각 기업 방화벽 때문에 이런 원격제어와 관리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구조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알서포트 원격제어 솔루션 핵심 기술이다. 방화벽 외부 제3의 공간에서 일시적으로 문제점을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시스템 관리나 보안관제 등을 원격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리모트콜`, 개인이나 내부 조직원 PC를 원격관리할 수 있는 `리모트뷰`가 바로 그런 솔루션이다.
여느 벤처가 그러하듯 알서포트 역시 창립 초기 매출 확보에 애를 먹었다. 대외 영업에는 한계가 있고 입소문으로 고객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집중 공략한 곳이 바로 증권사 콜센터였다. 2000년대 초반은 증권사에서 온라인 트레이딩시스템(HTS) 붐이 일던 시기였다. 고객이 다양한 SW 관련 문제를 문의하는 일이 많았는데 여기에 리모트콜을 내밀었다. IT전문가가 아닌 콜센터 상담원도 손쉽게 고객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증권사에서 인지도가 높아지자 제1 금융권으로 고객사가 확대됐다. 마침 공인인증서가 전국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공인인증서 원격 설명을 위해 모든 금융권에서 리모트콜을 표준 솔루션처럼 도입했다.
서 사장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거기서 만족했으면 결코 오늘날의 알서포트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성장 정체 뒤엔 곧바로 위기가 찾아오기 때문에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선택이 필요한데 모바일 전략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을 당시엔 아무도 모바일 비즈니스 준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서포트는 아이폰 출시 이전인 2000년대 중반부터 모바일에 대비해 왔다. 이런 선제대응은 지난해부터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과감한 결단과 실천이 원격제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서 사장은 설명했다.
비즈니스 초점을 모바일로 전환한 알서포트는 모바일 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2006년 스마트폰으로 개인 PC를 관리할 수 있는 `리모트뷰 모바일`을 시작으로 상담원이 고객 스마트폰을 원격관리 해주는 `리모트콜 모바일팩`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PC에서 개인 스마트폰을 관리하는 `모비즌`을 내놓았다. 리모트콜 모바일팩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될 정도로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서 사장은 “B2B에서 B2C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데 필수 전략이 바로 모바일”이라며 “모비즌은 프로모션 기간이 짧았는데도 고객 반응이 뜨거워 향후 알서포트의 주요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사장의 아이디어는 모바일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내놓은 HW 제품 `리모트KVM`은 신사업 모델 발굴을 향한 그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 SW 업체가 HW를 내놓았다는 시도도 눈에 띄지만 SW가 단말 운용체계(OS)에 종속되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서 사장의 노력도 높이 살 만하다.
리모트KVM은 해당 단말 OS와 독립적으로 설치할 수 있고 부팅 단계에서부터 원격제어를 시행할 수 있다. 관리를 위한 HD급 녹화가 가능한 것은 기존 KVM솔루션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원격관리 기본 목표에 부합하면서 기능은 더욱 강화했다는 게 서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세계적 업체들과 경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알서포트는 2003년부터 해외진출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2003년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에서도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미국에서는 150여개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올해 50만달러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서포트는 끊임없는 연구개발(R&D)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 노력을 인정받아 코트라 주관 2010년 글로벌 SW 스타기업으로 선정됐고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지식경제부 주관 대한민국 SW대상에서 상품상 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서 사장의 경영 철학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다`이다. 항상 새로운 제품, 최고의 제품을 만들자는 것은 알서포트의 모토기도 하다. 그래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서 사장은 “좋은 벤처 여부는 결국 기술력에서 판가름 난다”며 “늘 남들과 차별화되는 제품과 비즈니스 발굴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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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수 알서포트 사장의 성공 키워드
1. 벤처의 기본은 기술력이다
벤처는 기술력이 없으면 성장할 수 없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고유한 핵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오픈소스만 가지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2.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처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3. 각 파트에 맞는 전문가들과 일하자
엔지니어 몇몇이 모여 회사를 창업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프로그램, 마케팅 및 세일즈, 관리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전략과 목표를 세워서 비즈니스를 진행해야 한다
◇형수 사장 약력
◇알서포트는
2001년 설립된 알서포트는 웹과 아이콘 기반 원격제어 시스템 특허 기술을 상용화한 이래로 원격지원·제어 기술 세계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술의 진보성을 인정받아 한국에서 원격지원 관련 다양한 기술 특허를 획득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시장에서도 지식재산권으로 기술을 보호받고 있다. 일본에서 탄탄한 비즈니스 기반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미국과 중국에도 법인 설립 후 활발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알서포트는 기업과 개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리모트콜과 리모트뷰는 수많은 기업, 정부, 공공, 금융, 제조, 교육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레노버, 후지쯔 등 세계 6대 PC 제조사,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전자제품 제조사, 통신사를 비롯해 시티은행, 국방부, 국세청, 검찰 등 보안이 까다로운 곳에서도 알서포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빠른 속도와 안정적 서비스, 완벽한 보안시스템을 갖춘 원격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1년 대한민국 SW대상` 대통령상 수상, `2010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 표창, 코트라 주관 2010년 글로벌 10대 소프트웨어 스타기업 선정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엔 모바일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제품 세계화와 신사업 모델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알서포트 매출 추이
(단위:억원)
◇알서포트 현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