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변화 없는 헐값 특허 번역료가 국가 지식재산(IP) 경쟁력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특허 양적 팽창에 이어 권리행사를 위한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 가격 책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허번역료는 10년째 제자리 수준이다.
모 특허번역업체 대표는 “한영 특허번역료는 10년 넘게 제자리를 지켰다”며 “오히려 IMF 외환위기 당시 시장 축소로 가격이 내려간 후 움직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를 잠재 특허 경쟁국인 일본과 비교하면 번역료 수준은 5분의 1로 내려간다. 각각 자국어 영작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페이지(220~250단어)당 2만5000~3만원이다. 일본에서는 5배가량 높은 12만~13만원에 가격이 형성된다. 시장이 커진 중국도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비싼 6만~7만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 같은 헐값 특허 번역 관행이 시장 성장에 심대한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가격을 제대로 안 쳐주니 특허번역 전문가를 희망하는 인재가 없다. 번역 완성도가 떨어지니 기업은 번역물을 신뢰하지 못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번역료가 낮다 보니 변리사 등 고급인력이 나서려 하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교육기관도 없어 전문업체는 적격 인물을 찾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없으니 품질이 보장 안 되고, 고객(기업)이 외면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주요 대기업은 국내 특허번역 업체에 낮은 비용을 주고 번역을 맡기고, 이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 외국 전문업체에 리뷰를 의뢰한다.
헐값 특허번역엔 정부도 일조했다. 특허 관련 외국기업·기관이 가장 많이 찾는 `한국특허영문초록(KPA)`은 최근 3년 평균 13만1000건을 발행했다. 투입 예산은 31억원에 불과하다. 운영예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혀 없다손 치더라도 페이지당 가격이 2만4000원에 불과하다.
실제로 기계번역을 도입하기 전 특허영문초록 비용은 건당 1만5000원이었다. 업계는 초록이 분량이 적은 만큼 가격은 일반 특허번역보다 페이지당 1.7~2배(5만~6만원)를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KPA를 관리·운영하는 특허정보원 관계자는 “KPA 번역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특허정보원이 비영리 기관이고 정부기관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시장가격을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살아남고, 특허번역이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잡으려면 이른 시일 내 제대로 된 특허번역료 지불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지식재산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일본에선 수준에 따라 1·2급으로 나눠 특허번역 자격증제도를 운용한다”며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특허번역 전문인력이 태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표】우리나라의 특허협력조약(PCT) 국제 출원 현황
※자료 : 특허청 특허정보통계시스템
김준배·권동준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