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최근 특허청의 특허정보원 특허영문초록(KPA)에 오류가 많다는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기사를 쓴 취지는 하나다. KPA는 한국 특허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서비스다. 외국 기업이 등록하려는 기술이 한국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일 먼저 찾는 곳이다. 우리나라 특허 포털 격인 KPA를 찾는 외국인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하라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취재 과정부터 기자를 당혹스럽게 했다. KPA를 관리하는 특허정보원은 `민원 제기가 없으니 오역이 없다`는 식이다. KPA 오역으로 특허를 획득한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민원을 제기 받았다면 민원 창구를 잘못 찾은 외국 업체를 탓해야 할까.
기사가 나간 후 특허청 반응을 들었을 땐 더욱 황당했다. 특허정보원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KPA 용역을 담당할 뿐이라는 것이다. 특허청 예산이 들어갔는데 선을 긋는다는 것은 예산은 쓰지만 관리는 안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특허청은 KPA가 특허분쟁을 사전 예방한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도 배포했다. 홍보할 때는 `우리`고 사고 나면 `남`인 셈이다.
오역에 대한 변명도 부끄럽다. 특허청 관계자는 “한영 번역이 다른 언어 번역보다 어렵다. 번역 과정에 오역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 이용자도 그렇게 생각할까. 외국인이 한영 번역이 어렵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단 말인가.
그 정도라면 당연히 이런 글귀를 적어놨어야 한다. `한영 번역은 매우 어렵습니다. 오역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라고. 그리고 자세한 문의처를 추가로 적어놓아야 할 것 아닌가.
KPA에는 `특허청(Korea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 도장이 찍혀 있다. 특허 주무부처라는 것을 외국인이라면 쉽게 안다. KPA는 연간 30억원 규모의 세금으로 운영한다.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비전문가가 번역을 하는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예산을 늘리고 전문가를 투입해 이중 삼중으로 사고를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더 이상 `특허강국`은 허울 좋은 말일 뿐이다.
권동준 벤처과학부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