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KAIST 총장 또 기사회생…논란 지속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에 대한 계약 해지가 불발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KAIST 이사회는 20일 임시 이사회에서 서 총장에 대한 계약 해지 안건과 차기 총장 선임의 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안건 처리를 미루기로 했다.

서 총장은 앞서 2010년 6월에도 임기가 끝나고 후임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대학 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며 한때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대학을 독선적으로 운영했다며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비록 이번에 해임안이 처리되지는 않았지만,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전도사`에서 `독선적 리더십`으로 = 2006년 7월 취임한 서 총장은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는 일명 `테뉴어`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대학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2007년부터는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차등적 등록금 제도`를 실시했다. 이전까지 KAIST의 모든 학생은 무상교육을 받아왔다.

또 학부 수업을 100% 영어로 강의하도록 조치했으며,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을 보인 일반계 고교생을 선발하는 등 대학사회에 개혁을 몰고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학부생들이 잇따라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일방통행식 개혁이 잇따른 학생 자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소통 부재`·`독선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교수 임용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특허 도용 논란 등이 불거지며 교수 사회와 불화를 겪기도 했다.

결국 `학내외 여론이 나빠져 빠른 조처가 불가피하다`며 이사회에 계약 해지 안건이 상정되기에 이르렀다.

◇개혁 만능주의의 폐해인가, 이방인의 한계인가 = KAIST 교수협의회는 서 총장과 구성원 간 갈등의 원인을 총장의 개혁 만능주의에서 찾는다.

교협은 "대부분 교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00% 영어강의와 전학생 징벌적 등록금 부과 등의 제도를 강제 시행해 부작용을 초래했다"면서 "형식에 치중한 개혁으로 내외부의 지지기반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에도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홍보에만 연연해 왔다"고 지적했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개혁 조급증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면서 "KAIST는 군대가 아니다.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반개혁파, 수구꼴통, 철밥통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방인`의 개혁 리더십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936년 경북 경주 출생인 서 총장은 서울사대부고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 7월 KAIST 총장에 영입됐기에 국내에는 학맥과 인맥이 없다.

서 총장에 대한 비판이 과학계의 국내파 대 해외파, 경기고 대 비경기고, 서울대 공대 대 카이스트 등 학맥 및 인맥 갈등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 서 총장의 전임이었던 로버트 러플린(노벨물리학상 수상) 총장도 개혁을 지휘하다 교수들의 집단퇴진 압력을 받고 임기 2년을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퇴진은 불발됐지만‥갈등 계속 = 서 총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모든 것을 오명 이사장에 위임하기로 해, 최종적인 사퇴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수협의회는 이사회가 명예롭게 퇴진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총장의 자진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오명 이사장이 `서총장이 사퇴하지 않을 수 없도록 일을 확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사회에서 계약해지나 해임되는 것보다 본인에게 명예로운 길을 열어줬는데, 3개월을 넘기기 전에 총장은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한 학부 총학생회장도 "학내 갈등이 이처럼 시급한 상황인데도 이사회에서 제대로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실망스럽다"라면서 "되도록 빠른 결정이 이뤄지길 바라며,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이 계속 퇴진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총장의 법적 대리인인 이성희 변호사는 "이사회 직전 서 총장은 오 이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특허 도용 의혹과 관련해 진실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합의했다"라면서 "사퇴 여부는 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 총장이 특허 도용 의혹을 제기한 교수들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양측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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