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A씨는 제조업체에 근무한다. TV와 지하철 광고 등을 접하고 모바일주식거래(MTS)를 시작했다. 그는 입사 1년이 채 안 돼 여유 자금이 넉넉지 않았다. 주변의 말을 듣고 대박 확률이 있다는 관리종목에만 투자했다. 가격이 1000원 안팎으로 싸다. 변동폭은 크다. 잘 만하면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이 종목은 얼마 안 돼 상장폐지 종목으로 분류됐다. 자투리 돈마저 잃게 됐다.
MTS 이용 빈도가 많은 젊은 투자자일수록 이른바 `위험종목` 매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 종목을 비롯해 투자주의·경고 지정 종목 등 투기성 거래 우려가 있는 주식이 MTS 거래 비중도 높았다.
19일 한국거래소가 상반기 MTS 거래비중이 높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각 50씩 총 100 종목을 분석할 결과, 47곳이 상장폐지, 매매거래정지, 투자주의, 투자경고, 관리종목 등 고위험군에 속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위 50위 종목 중 29개 종목이 이에 포함됐다.
동양건설은 MTS 비중이 24.49%로 가장 높았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주가급등으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지난달 증시에서 퇴출된 대우송도개발 우선주는 MTS 비중이 24.25%로 집계됐다. 그 외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성문전자우(23.69%),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은 대한은박지(22.24%), 투자경고종목 지정 후 매매거래가 정지된 아남전자우(21.99%)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거래량이 많지 않아 주가 변동성이 심한 우선주도 13곳이나 됐다.
코스닥시장에서 모바일 거래비중이 높은 50곳 중 상장폐지 종목이 8개나 포함됐다. JH코어스(24.36%), 보광티에스(21.89%), 한림창투(21.17%), CT&T(19.28%), 미리넷(19.07%), 클루넷(19.04%), 아인스M&M(18.70%), 아이스테이션(18.63%) 등이다.
주가 1000원 미만 종목도 9곳에 이른다. 대표이사가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당국에 적발된 AD모터스(22.38%), 워크아웃을 신청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지엠피(20.25%), 상장폐지가 결정돼 정리매매 중인 엔스퍼트(20.19%) 등이다.
증시관계자들은 MTS 특성상 젊은 개인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TS 시장점유율이 가장 많은 키움증권은 최근 1년간 이용자 가운데 20·30대 젊은 고객이 73%를 차지한다. 최근 1년간 신규계좌 개설 고객 역시 20·30대가 62%로 가장 많다.
한 증권사 임원은 “자금이 취약한 젊은 개인 고객 특성상 변동성이 큰 고위험 종목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다”며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성장했다”고 말했다.
위험종목 비중이 높다고 MTS를 투기성 도구로 몰아가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위험종목군 거래가 많다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모바일 거래의 장점도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MTS 거래 비중 높은 유가 및 코스닥시장 상위 10종목
자료:한국거래소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