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의 사전적 정의는 속임수, 모조, 가짜 등이다. 축구선수나 농구선수는 슛을 하기 전에 수비수의 방어를 따돌리기 위해 속임수 동작을 한다. 야구에서 타자가 번트 동작을 취했다가 강공으로 전환하는 것도 페이크다. 기업도 다양한 페이크를 사용한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경쟁사에 역정보를 흘릴 때가 있다. 제품의 출시 시기와 규격 등의 정보에서 일부 페이크가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이 화두다. 이 과정에서 여러 정보와 역정보가 흘러나왔다.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롯데가 유력하다는 정보가 나왔다가 다시 사모펀드로 인수자가 급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종 인수자는 롯데였다. 웅진코웨이 인수전은 국내 대기업과 중국계 기업 간 대결 양상이다. 일주일 사이에 유력 인수 후보자에 대한 보도와 소문이 계속 엇갈려 나온다.
정확한 내막은 극소수만이 알 수 있다. 매각 주체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경쟁을 조장하는 페이크를 썼는지 실제로 인수전 상황이 시시각각 급변한 것인지는 핵심 관계자 몇몇만이 공유한다.
페이크도 일종의 전략이다. 인수 희망자가 다른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뭉칫돈을 준비했다는 소식을 흘릴 수도 있다. 매각 주체는 많은 인수 후보자가 있다는 것을 알려 인수 희망자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인수 희망자가 페이크를 썼는지 매각 주체가 역정보를 흘렸는지가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추정만이 오갈 뿐이다. 문제는 페이크를 너무 반복하면 신뢰를 잃는다는 점이다. 매각 기업이나 인수 후보자의 주가는 M&A 소식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이득을 얻는 사람도 있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페이크를 너무 자주 쓰면 상대방이 속지 않는다.
김승규 전자산업부 차장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