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매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한 가운데 방송 시장 독과점과 생태계 왜곡을 우려하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방통위는 특정 PP의 매출 제한을 PP 매출 총액(홈쇼핑 매출 제외)의 33%에서 49%로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 중이다. 방송 콘텐츠 산업 진흥과 방송 시장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특정 PP의 방송 시장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고 경쟁을 촉진, 방송의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2회에 걸쳐 모색한다.
방송업계는 PP 매출 규제 완화 수혜가 사실상 CJ E&M에 집중될 것으로 본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PP 중 CJ E&M 계열 PP 12개 매출은 5620억원이다. 전체 PP(홈쇼핑 제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2%다.
이는 지상파 PP 중 최대인 SBS 계열 7개 PP 매출 4155억원(19.4%)보다 1500억원이, 케이블TV 티브로드계열 5개 PP 매출 855억원(4.0%)보다 약 4800억원이나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PP 매출 규제를 완화하면 CJ E&M의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개별·신생 PP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정된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CJ E&M의 시장지배력 확대가 개별·신생 PP의 매출 감소로 귀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PP 관계자는 “PP 매출은 광고수익과 수신료로 구성된다”며 “거대 PP의 방송시장 독점은 광고 수익과 수신료 독점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제한된 PP 시장에서 자본력을 갖춘 거대 PP만 생존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거대 PP의 독점은 방송 콘텐츠 다양성 확대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개별 중소 PP의 매출 축소는 자체 제작은 물론이고 콘텐츠 수급 등 투자 여력 감소를 초래, 콘텐츠 다양성을 제한하는 등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설명이다.
거대 PP가 채널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경우에 개별 신생 PP는 사실상 배제될 수밖에 없다. 특정 PP의 우월적 시장지배력으로 인한 개별·신생 PP 입지 축소는 학습효과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거대 MPP가 중소 SO에 채널 전송계약을 맺을 때 인기채널에 비인기채널을 끼워 파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한정된 채널에 거대 MPP 채널이 차지하면 중소 PP는 채널 확보 자체가 어려워진다.
PP 관계자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홈쇼핑 채널, 공익채널 등 의무편성 채널이 늘고 있는 가운데 독점 PP의 채널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개별 신생 PP는 편성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동안 개별·신생 PP는 거대 PP의 채널 확대 후폭풍을 수차례 경험한 바 있다.
거대 PP 채널 확대에 따라 기존 PP는 연쇄적으로 시청수요가 낮은 번호대로 이동하게 됐고, 이는 신생 PP의 연쇄이동으로 이어졌다. 이는 다양한 방송을 시청하려는 시청자의 볼 권리 보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