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고급분석`으로 `데이터 경영` 시대 여는 기업들

맥주와 소주를 만드는 기업, 게임을 개발하는 기업, TV용 LCD 패널을 만드는 기업에 `데이터 분석가 조직`이 생겨나고 있다. 기업들은 이 조직을 두뇌로 삼아 핵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CIO BIZ+] `고급분석`으로 `데이터 경영` 시대 여는 기업들
Photo Image

데이터 과학자들로 구성된 이 조직은 기업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결론을 얻어낸다. 미래를 예측해 더 나은 결과물을 처방한다. 수많은 데이터 가운데 의미 있는 데이터를 찾아냄으로써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다.

기업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생산·판매와 서비스 등 핵심 직무에서 영업력 개선과 사원 복지 등 전 영역에 걸쳐 이같은 데이터 과학 조직의 역할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통계가 이뤄지는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조직이라 부른다.

데이터 분석 조직을 운영하는 IT 조직은 시스템에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의 핵심 영역에 가치를 더하는 조직으로 변모 중이다. 전사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생산관리시스템(MES) 등 각종 시스템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데이터에 대한 분석능력이 미래를 예측하는 핵심 경쟁력인 시대, 이른바 `데이터 경영` 시대의 개막이다.

◇LG디스플레이, `고급 분석`이 제조업의 힘=국내 주요 제조·유통·서비스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 조직을 통한 데이터 경영 시대를 열고 있다.

최근 방한한 빅데이터 구루 데이븐포트 밥슨대학 교수는 “한국의 LG디스플레이는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수율을 높이는 좋은 사례”라고 지목했다. 세계 선두급 제조업체로 도약하는 데 높은 수준의 데이터 분석이 뒷받침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에는 지난해 생겨난 `분석 COE(Center of excellence)` 조직이 있다. 70%가 통계학을 전공했으며, 다각도 통계적·과학적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박사급 두뇌들이 속해 있다. 제품 개발부터 출시 이후 시장 동향, 그리고 기술 동향에 이르기까지 전 사이클이 분석의 주제다. 최근엔 임직원 주소 정보를 분석해 셔틀버스 정류소 위치 선정에도 활용하고 있다. 최소 수량 버스로 직원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도를 뽑아냈다.

MES를 비롯해 장비와 생산 공정상의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을 높이고 수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박광순 LG디스플레이 기술PI담당 상무는 “품질 이슈가 발생할 때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현장에 있는 공정·장비 엔지니어들과 협업해 원인과 결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낸다”면서 “사물의 현상과 원인 관계를 모델링해내는 각종 방법론이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이 조직을 `데이터의 연관 관계를 풀어내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박 상무는 “설령 방법론을 이해했더라도 분석을 하다 보면 계속 새로운 결과들이 도출되다보니 방법론이 정해준대로 따라가도 문제가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계속 새로운 데이터와 새로운 가설을 설정하고 결과를 얻는 고급분석(AA)의 반복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 역량은 기존 사후 분석에서 사전 분석을 통한 예측으로, 물리적 결과물 분석에서 가상 테스트를 포함하는 분석으로 진화하고 있다. 박 상무는 “업무의 특성과 장비, 시스템이 모두 다르지만 관련 데이터를 모두 모으면 패턴 분석을 통해 본질적인 관계를 찾아내고 개선사항을 도출할 수 있다”면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찾아 관련된 데이터의 흐름을 보고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J E&M, 게임 개발부터 론칭까지 `데이터 분석`이 경쟁력=CJ E&M의 게임사업본부에는 `게임데이터분석팀`이 있다. 지난해까지 정보전략팀내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조직이 있었는데 올해 팀으로 승격했다. 이 팀은 CJ E&M이 서비스하는 게임포털 `넷마블`의 동시접속자 수·구매 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게임 개발부터 마케팅에 접목한다. 올초부터 15개의 전사 관점 핵심 지표를 개발해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매일 아침 모니터링하고 있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할 때 담당자에게 메일로 실시간 발송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김태헌 CJ E&M 게임데이터분석팀장은 “핵심 지표를 잘 파악하고 분석해 마케팅에 접목하고 빠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성공적인 게임 론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접속 패턴과 구매 행위 등을 분석해 `이탈 가능성`을 미리 체크하고, 맞춤형 마케팅에 접목한다.

김 팀장은 “매주 월요일부터 향후 7일치 일단위 매출 예측치를 뽑아내고 일주일 후 실제와 비교한다”면서 “계절과 변수를 적용해 자체적으로 완성한 범위에 대한 예측 `초과`와 `미달` 상태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대응한다”고 소개했다. 예측치를 벗어날 경우에 대한 원인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서로 다른 게임 개발 과정의 사용자 추이를 비교 분석해 마케팅에 접목하고 성공하는 게임의 요소를 더한다. 이창수 CJ E&M 과장은 “각기 다른 게임의 사용자를 `교차 판매(Cross Selling)`할 수 있도록 사용자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초기에 숫자만 요구하던 현업 매니저들도 이제 `데이터 결과의 배경`을 요구하는 등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CJ E&M은 통계학 전공이 아닌 실무진 중심의 인력 구성으로 직감과 통찰력을 더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과장은 “정량적 결과가 나오면 원인에 대한 정성적 분석이 필요하고 사람의 직감이 반영된 분석 알고리즘이 만들어진다”면서 “신입 직원들도 업무에 대한 고급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지식 데이터베이스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맥주·소주 영업에도 `데이터 과학`을=하이트진로 정보혁신실 `BI팀`은 각종 정보를 분석해 수익 경영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원가 분석부터 판매 및 물류 분석 등을 통해 수익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정안 하이트진로 BI팀장은 “제품을 기획해 원료가 정해지고 마케팅 부문에서 타깃 수요 조사를 통해 판매 계획을 도출하면, 이 과정에서 BI팀이 최적의 원가로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매출량과 수익성 분석 등 다각도의 분석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영업 사원의 판매량 목표가 `몇 상자`로 매겨졌다면, 지금은 영업 사원의 목표를 `몇 %의 수익`으로 계산해 전사적인 수익 경영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정량적 데이터에 기반한 수익 목표에 따라 움직이며, 수량 목표를 채워도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조건적 영업 방식은 지양한다.

이 팀장은 “영업 성과 관리가 변화하고 있으며, 전사의 모든 정보가 BI팀을 통해 공유되는 만큼 수익성을 위주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이 정보를 경영진이 공유하는 체계”라고 말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던 생산·영업·관리 등 각 부문에서 BI팀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종합적 분석을 공유, 문제점에 대한 개선 요인도 발견한다. 이 팀장은 “초기에는 IT 조직에서 경영의 전사적인 정보가 도출된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종합적·분석적 정보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영업 사원이 직접 거래처 데이터 추이 분석 자료 등을 BI 시스템으로 확인하고 업무에 적용하고 있으며,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각종 수익성 분석도 직접 할 수 있다. 이 팀장은 “경영진 입장에서 봤을 때 분명히 영업팀이 목표를 달성했지만 회사의 수익이 나빠지는 경우 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다”면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월말 결산 등 이전에도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경영` 3사 분석 조직의 역할과 주요 분석 내용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