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10월 구소련의 노바야제믈랴섬. 이곳에서는 인류가 사용한 무기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위협적인 수소폭탄의 실험이 진행됐다. `차르봄바`로 알려진 이 폭탄의 무게는 27톤, 길이는 8m, 지름은 2m에 달했다. 해발 4200m 높이에서 폭발한 화구는 지상에까지 뻗어 나갔고, 위로는 폭탄이 투하된 비행기의 고도까지 닿았다. 파괴력은 엄청났다. 버섯구름은 높이 60km, 폭 30~40km까지 퍼졌으며, 100km 바깥에서도 3도 화상에 걸릴 정도의 열이 발생했다. 폭탄에 의한 지진파는 지구를 세 바퀴나 돌 정도였다. 수소를 활용한 이 `차르봄바`는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에너지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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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수소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소를 `수소폭탄`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연상한다.

원자번호 1번인 수소는 다른 원소와 화합이 용이하고 높은 가연성을 지닌 가장 가벼운 원소다. 그렇다면 수소가 인류에게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기만 할까.

수소는 자연계에서도 다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석유 등 화석원료에 비해 고갈될 위험이 없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포스트 화석연료시대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주저하지 않고 `수소`를 꼽는다. 실제로 수소는 에너지양이 휘발유의 세 배나 되는 고효율 에너지며 연소 시 유해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 청청에너지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전남대 수소연료전지연구소(소장 오병수)는 수소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주는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매진을 하고 있다.

`연료전지=수소경제의 핵심`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 연구소는 수소연료발전 및 전원공급장치, 난방시스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연구소와 함께 수소충전소 건립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료전지차가 활성화하려면 수소충전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말처럼 연료전지시스템이 구축되면 관련 연구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환경부 등 주무부처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에서 스마트그리드와 신재생에너지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손경종 광주시 에너지 담당 사무관도 틈틈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손경종 박사는 “태양에너지, 풍력 등을 이용해 생산된 수소에너지는 발전소, 가정,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으며 기술이전, 고용창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광주시가 수소에너지 도시를 꿈꾸는 이유도 향후 에너지 패러다임에 대한 위기의식과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지난 2009년 수소연료전지자동차연구회를 만들어 수소연료자동차의 시범주행에 성공했다. 자동차 프레임에 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결합되면서 친환경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전남대 캠퍼스를 신나게 주행했다. 수소자동차에 대한 개념이 생소한 시기에 연구소가 개발한 수소자동차 개발 소식은 언론과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2009년에는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으면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

연구소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의 방문교수를 역임한 오병수 소장은 지난 1992년 `태양전지를 이용한 물의 전기분해에 의한 수소에너지 발생 연구`에 착수했다. 당시 수소 관련 연구는 국내에서는 전무한 실정이라 `태평양에서 노를 젓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오 소장은 이후 배기가스가 없는 수소가스용 터빈엔진과 수소연료를 이용한 무 배기가스 터빈엔진에 관한 이론적 해석을 마쳤다. 이 연구는 한국자동차공학회 학술대회에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또 물분사식 무공해 수소엔진 개발을 위한 열역학적 해석을 완료해 수소자동차개발의 토대를 만들기도 했다.

연구소는 2000년 태양에너지를 수소에너지로 바꾸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이를 수소로 변환시키는 장치다. 이를 통해 물속에 함유된 수소를 전기분해, 수소연료전지를 만들 수 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