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나라가 회사라면 도산 위기다

민심이 타들어간다. 임기 말 `레임덕`이라고 체념해버리기엔 상황이 너무 사납다. 불통(不通)을 신념처럼 실천하는 현 정권에 하늘마저 노했는지 장마까지 느릿느릿 온다.

국민은 쪼그라진 경제에 하루하루가 팍팍하다. 물가는 치솟고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중소기업은 근근이 이어지던 주문이 줄어 아우성이다.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부터 회수하고 여신 줄이기에 나섰다.

법정 최저 시급의 3분의 1가량인 1600원으로 견디던 소상공인은 손님이 줄어 폐업이 속출한다. 농민은 말라버린 저수지를 보며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냐며 하늘만 쳐다본다.

보름 가까운 해외 순방을 마치고 지난 27일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방면으로 대책을 짜고 있을 것이다. 분명, 내부 대책만으로 원천적 해결이 불가능한 일부 문제가 있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국민 경제와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얼마나 진심어린 노력을 하는지 국민이 가장 잘 안다. 이미 해외에서 한 번 민심을 내동댕이치는 `실언`을 한 바 있어 상심한 마음까지 보상받기를 원한다.

2007년, 사상 첫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 이듬해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금까지 세계를 불황에 꽁꽁 묶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대로 잘 헤쳐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 덕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CEO가 경영을 잘해서가 아니라 위기에 강한 국민성이 만들어낸 결과다.

한국을 기업으로 치자면 지금은 그야말로 도산 위기다.

국민은 문을 닫을 때 닫더라도 진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CEO는 자리에 앉아 `내 탓이 아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 환경`이라고 한다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 상황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점심을 함께할 직원을 뽑는다고 한다. 소통 경영이니 선제적 위기 대응이니 해석이 많지만 몸을 낮춘 대화 노력만큼은 진심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북악산 구름 위에 앉아 세상을 굽어보기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실물경제의 바닥에서 불황에 허덕이는 거북이 등 같은 민심을 도닥여야 한다. 청와대 초청 오찬은 아니더라도 취임 초 잘하던 논바닥 막걸리 점심 정도는 내걸어야 한다. 이미지로라도 대통령이 열심히 뛰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할퀴인 민심이 덧나면 가뭄을 끝낼 장마가 오더라도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다.


이진호 경제금융부장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