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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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가 `시조새` 논란으로 뜨겁다. 한 위원회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진화론을 대표하는 시조새에 대한 기술 내용을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 삭제해달라고 청원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진화론은 사상이나 이념 체계일 뿐 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교과서에 `비과학적` 내용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청원이 받아들여지면서 `진화론 대 창조론` 논쟁으로 비화됐다.

국내에서는 다소 뜬금없지만 미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1925년부터 관련 법정 소송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도버시 소송에서는 지적설계론(창조론)을 주장한 측이 폐소했다. 하지만 소송은 미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진화론이 비과학이라면 창조론은 과학일까. 저자 마시오 피글리우치 뉴욕시립대 철학교수는 `사이비 과학`이라고 단정 짓는다. 과학의 본성과 한계, 논리적 오류, 믿음의 심리 작용에서부터 정치학과 사회학까지 총동원해 증명해 보인다.

저자는 비판에 힘을 쏟는 이유를 “사이비 과학의 공격에서 진화 생물학을 방어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지구온난화 부정론을 비롯해 과학으로 포장된 비과학은 우리의 생명과 미래를 앗아가는 비수가 돼 돌아온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원제인 `Nonsense on stilts`는 `죽마에 올라탄 헛소리`라는 뜻이다.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의 말로 헛소리 과학(비과학, 사이비과학)을 과학에서 가려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일단 옥(과학)을 정확하게 알아야한다. 저자는 경성과학(물리학·화학·분자생물학)과 연성과학(생태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엄밀하냐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과학에 대한 선입관을 깨기 위한 것이다.

자연과학(물리학과 같은) 연구결과가 사회과학(심리학 등)의 그것보다 일관되지 않다고 소개한 내용은 생경하지만 신선하다. 일반인이 비과학으로 치부하던 분야가 알고보면 오히려 더 과학적이라는 설명이다. 과학으로 굳게 믿고 있는 `다중 우주 이론`이나 `끈 이론`, `진화 심리학` 등은 `유사 과학(almost science)`로 구분한다. `제대로 공부하고 떠들라`는 게 저자의 진짜 속내다.

하이라이트는 사이비 과학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는 부분이다. 집단 자살로 이어진 UFO 단체 사건 등을 열거하면서 사이비 과학의 폐해를 고발한다. 사이비 과학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집단으로 미디어와 싱크탱크, 정치를 꼽으면서 이들에게 `속지 말라`고 충고한다.

시조새 논란과 같은 진화론 논쟁은 여러 소송을 통해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법도 알려준다. 저자는 과학에 대한 지나친 신뢰나 불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책은 이해를 돕는 흔한 도표나 삽화조차 없이 텍스트로만 빽빽하게 채워진 탓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시대와 분야를 넘나들면서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를 나눠주는 흐름을 따라간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흔한 과학 이론서와는 확실히 다른 흥미를 찾을 수 있다.

마시모 피글리우치 지음. 노태복 옮김. 부키 펴냄. 2만원.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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