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담금질

쇠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 가운데 담금질이 있다. 옛날 대장간에서 벌겋게 달군 쇳조각을 찬물에 담갔다가 뺀 후 두드리고 또다시 담갔다가 빼 두드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단단한 철제 도구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담금질은 거친 쇳조각이 모양과 기능을 갖춘 상용 철제품으로 완성되게 하는 일이므로 이를 시련의 과정에 비유해 표현하곤 한다.

크고 작은 고난 또는 실패를 딛고 일어선 기업은 담금질을 거친 철제품처럼 단단하다. 어지간한 위기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기술 애로점을 하나씩 극복해가며 기술을 완성하거나 인내와 끈기로 시장 진입의 벽을 하나씩 넘어설 때 비로소 좋은 품질의 상품과 판로를 확보하게 된다.

자동차IT, 건설IT, 섬유IT에 이어 최근 조선IT 융합 과제가 대·중소기업 협력 사업으로 시작됐다. 과제당 지원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프로젝트매니저(PM) 또는 컨설팅 형태로 개발을 직접 컨트롤한다. 참여 중소기업은 상당히 까다롭게 여긴다.

반면에 참여 중소기업은 이 기회에 대기업의 기술 노하우를 배워 자체 기술을 축적하고, 향후 대기업과 지속적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힘든 개발 과정 후에 얻게 되는 결실이다.

해마다 수백 가지의 크고 작은 중소기업 지원 과제가 추진된다. 쉽게 개발할 수 있고 평가도 어렵지 않은 과제에 눈이 가기 쉽지만 그 결과는 독이 되기 십상이다.

담금질이 부족한, 운 좋게 나온 기술이나 제품은 오래가지 못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이 있듯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수확한 열매가 달고 맛있는 법이다.


임동식 전국취재 차장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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