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 가운데 `상상(想像)`이란 말이 있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마음속으로 그려본다는 뜻이다, 이 말은 본디 생각할 `상(想)`, 코끼리 `상(象)`에서 유래됐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실제 코끼리를 본 사람이 없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코끼리를 머릿속에 그려 모두 다르게 코끼리를 생각했다는 말이다. 오늘날 `상상`은 코끼리의 몸무게를 구해보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질문에, 직접 코끼리의 몸무게를 달아본 적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예측한 근사값과 같은 집단지성의 힘으로 완성되고 있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도 이와 비슷하다.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동원하고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특정 현상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분석한다. 현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사건 발생 여부에 따라 어떤 종류의 위험이 존재하는지 알려주며,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 혹은 다시 일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현상 감지와 대응`에서 `미래 예측과 실행`으로=최근 가트너그룹은 2012년도 10대 전략기술동향을 발표했다. 첫 번째는 빅데이터, 두 번째는 차세대 분석이 꼽혔다. 차세대 분석, 즉 BI 3.0은 생성 및 존재 형태, 방식과 상관없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BI의 핵심인 `현상 감지와 대응(Sense & Respond)`을 `미래 예측과 실행(Predict & Act)`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기존 BI는 주제 영역별로 데이터웨어하우징을 하고 메타데이터를 관리해왔다. BI 3.0은 소셜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활용하고 모바일과 같은 전달 수단을 통해 훨씬 더 강력하게 기업 활동에 기여한다. 빅데이터, 소셜 데이터를 활용한 이른바 롱테일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BI 3.0은 기술·문화적 한계로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어느 시대에서나 현상을 인지 및 대응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행동은 이뤄졌다. BI 3.0 시대로 완전히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분석 모델의 대중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업 및 조직의 BI 사용자는 각 업무영역(LOB)별 다양한 계층의 현업 인력들이다. 이들의 고민은 조직의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 확보의 어려움, 그리고 획득한 정보가 가치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예측하고 최적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 급증하는 소셜 데이터를 포함해 기업 내외부의 비정형 데이터 대응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고, 활용 영역의 아이디어 역시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BI 3.0 시대에서는 기존에 부분·제한적으로 이용돼 온 BI의 가치를 전 산업 및 업무에 적용하고 활용해야 한다.
향후 비즈니스 분석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될 분야는 `예측 분석`이다. 빅데이터 시대의 두 번째 파도로 불릴 만큼 예측 분석은 매우 중요하며 궁극적으로 B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전부가 될 전망이다. 예측 분석은 그 동안 BI 생태계의 최상단에 위치하며 강력한 통계분석과 마이닝 엔진을 갖춘 특정 업체들이 독식해왔다. 그러나 어떤 분야도 승자 독식이 오래갈 수 없는 법이다. 오픈소스 기반 `R`와 같은 분석 엔진의 등장은 시장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R를 기본 분석 플랫폼으로 채택하는 등 오픈소스에 힘입어 적용분야가 확산되고 있다.
그 동안 예측 분석은 몇몇 벤더들에 의해 고가의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강력한 예측 분석 엔진은 별도의 전용 하드웨어 혹은 전용 패키지와 조합되어 고객분석, 신용평가, 이상패턴분석, 품질분석 등 기업의 특성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돼왔다. 그들만의 분석, 마이닝엔진, 그리고 오랜 경험을 통해 생성된 특정 분야의 특화된 분석 라이브러리로 시장을 지배해 온 것이다.
R와 같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각 산업별 분석 전문가들은 고가의 분석 엔진 제약에서 벗어나 분야별 분석 라이브러리를 자유롭게 만들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측 분석 툴과 분석 엔진을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다. 금융, 보건, 환경, 소매, 제조, 생산품질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예측 분석이 활용될 수 있다.
◇BI 3.0을 받쳐 줄 인메모리·모바일·클라우드=이 같은 예측 분석 솔루션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 분석 처리 성능 보장이 필수 전제다. 해결 방안으로 최근 SAP 하나(HANA)를 필두로 각종 인메모리 혹은 인캐시 어플라이언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R`나 `하둡`과 같은 오픈 아키텍처를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 유연성을 확보해 롱테일에 대응하고 모바일 기기를 적용해 전달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속한 프로세스의 구현이나 변경을 위해서는 클라우드가 필수며,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진정한 BI 3.0이라 하겠다.
기존의 공정 품질, 수요 예측 등에서 주로 활용되던 예측 분석이 빅데이터 기술과 접목되어 보건, 환경, 소매, 시장 품질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어 실질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하둡과 같은 오픈 아키텍처 상에서 빅데이터가 제공되고 기업이 기존 전사적관계관리(ERP)를 포함한 기간 시스템에서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데이터와 결합해 예측 분석에 활용한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TV 제조사가 각 모델별, 크기별로 출시 이후 기존의 고객관계관리(CRM) 데이터는 물론 각종 SNS 상에서의 비정형 고객 반응을 하둡 등을 통해 정확히 모니터링하고 기존 CRM 데이터와 통합 분석하게 된다면, 각 모델별 출시 일정이나 물량 등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고 이는 결국 기업 경쟁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밀당`이란 말이 있다. 연애할 때 남녀간의 미묘한 심리싸움을 이르는 말이다. 말 그대로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한다고 해서 밀당이라고 줄여 말한다. 밀당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피지기, 즉 상대방 분석과 자신의 분석이 필수다.
기업은 그 동안 마켓 2.0 시대에 잘해온 효율화, 최적화에 대해서도 여전히 잘해야 하겠지만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좀 더 많이, 깊이 있게 고객과 직원, 파트너, 시장 통찰(Insight)을 가져야 한다. 이는 변화무쌍한 음악에 맞추어 어떠한 파트너와도 능수능란하게 밀고 당기는 탱고 댄서들처럼, 상대방과 밀착하고 그들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리드하는 것이 마켓 3.0의 요체며,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 빅데이터와 예측 분석으로 재무장한 BI 3.0이다.
새로운 BI 3.0을 통해 고객 혹은 파트너와의 밀당에서 주도권을 잡고 경쟁자와 차별화해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코끼리를 상상해서 만들어내자.
박병진 SAP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영업본부 전무 pyung.jin.park@sa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