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원으로 유럽의 실리콘밸리 도약
# 룩셈부르크 도심에 위치한 PwC액셀러레이터 센터. 1층 소회의실에 들어서니 스웨덴, 프랑스,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50여명의 스타트업 CEO들로 가득 차 있다. 모바일솔루션, 소셜게임 등을 이미 자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CEO들이 룩셈부르크를 거점으로 유럽 시장에서 진출하기 위해 타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로렌트 프롭스트 PwC액셀러레이터 창업자는 “지난 1년간 일주일에 한번 꼴로 이런 회의가 계속 열렸다”며 “룩셈부르크를 통해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 룩셈부르크시 외곽에 위치한 철강산업 단지. 한 때 룩셈부르크를 먹여 살리던 산업이었지만 생산거점을 타국으로 이전한 지금은 공장과 고철덩어리만 남아있을 뿐이다. 룩셈부르크는 이를 스타트업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15일 발족한 창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인 `테크노포트`를 지원하고 있다. 공장 부지와 시설을 무료로 임대해준 것. 디에고 드 비아시오 테크노포트 창업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와이콤비네이터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아마존, 이베이, 애플 아이튠스 등 `거대` 외국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룩셈부르크가 올해를 기점으로 달라지고 있다. 벤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이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 외자에만 기대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부 직접 지원이 많은 것도 타국과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그간 룩셈부르크를 먹여 살리던 산업은 1960년대 철강을 거쳐 2000년대는 금융이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대공황과 2011년 유로존 위기를 거치면서 외자로 형성된 룩셈부르크 금융 산업은 크게 흔들렸다. 일례로 외국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룩셈부르크에 세웠던 지사 인력을 감원하거나 몇 달 동안 닫는 일도 있었다. 룩셈부르크 경제통상부 장관이 국민과의 담화를 통해 “생각보다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갓 비즈니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겪어야만 할 여러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군을 만들어 놓았다. 외자유치와 더불어 스타트업 육성을 두 축으로 삼아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복안이다. 그 중 사기업이지만 룩셈부르크 경제통상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PwC액셀러레이터나 산하 단체인 테크노포트는 오프라인 소통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로서 유일하게 `ICT스프링유럽 2012`에 참가한 모바일 소셜게임업체 모야소프트 역시 PwC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룩셈부르크 진출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 임현철 대표는 “세금공제 혜택이나 투자 인센티브 등은 분명 매력적”이라며 “무엇보다 사무실 입주나 데이터센터 이전 등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이를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이 맘에 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테크노포트는 더 적극적이다. 창업자를 선별해 3개월 내외의 짧은 기간 동안 집중 보육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기 때문. 스타트업은 테크노포트가 시에서 무료로 임대받은 철강 공장 부지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매주 한 번씩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 등과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모임도 만들 예정이다. 디에고 드 비아시오 창업자는 “킥오프 파티의 일환으로 3개 기업이 지정된 시간에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사업타당성을 알아보는 콘테스트도 열었다”며 “다양한 이벤트로 스타트업 열기에 불을 지필만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초반 단계다보니 아쉬운 점도 있다. PwC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한 프랑스 스타트업 한 참가자는 “스타트업 창업도 유행이 있어 결국 비슷한 아이템으로 시장 문을 두드릴 텐데 그렇다면 이 속에서도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PwC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창업 지원자 59%가 모두 모바일 사업 부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산드레 레아 PwC액셀러레이터 CEO는 “러시아 등의 해외 벤처캐피털(VC)도 룩셈부르크 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한정돼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메인 푸아주 경제통상부 정보통신기술국 국장은 “글로벌 기업의 유럽 거점이 되는 것은 물론 스타트업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다양한 기업들이 룩셈부르크를 통해 유럽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룩셈부르크=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