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호모 모빌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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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묻는다. “오리는?” 다섯 살짜리 아이가 답한다. “꽥꽥.” “고양이는?” “야옹.” “전화기는?” “톡톡.” “톡톡?”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스마트폰만 보고 자란 아이에게 전화기란 `따르릉`일 수가 없다. 아이만 그런가. 어른도 화면만 보면 TV든 PC모니터든 손가락을 댄다. 눌러보고는 `아차!` 한다. 스마트폰처럼 단시간에 인간의 습관을 바꿔버린 물건이 있나 싶다.

이는 스마트폰 혁명의 겉모양에 불과하다. 지하철을 탔다가 2열종대로 앉은 사람 전부가 이어폰을 꽂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 많은 사람이 MP3파일로 음악을 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거나 또다른 것을 들었을 것이다.

목에 통증을 느끼거나 눈이 아파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책이나 신문을 많이 봐서인가. 아니다. 지하철과 버스와 사무실과 카페와 거리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눈과 목에 무리가 온 것이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보다 사고를 내는 운전자도 있다.

이마저도 스마트폰이 가져온 엄청난 변화를 다 보여준다고 할 수 없다. 너무 큰 것은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에펠탑을 보려면 에펠탑에서 멀어지라고 하지 않은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도 다 알지 못하니 스마트폰이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는 더욱 미궁이다.

“스마트와 소셜 혁명을 통해 인간은 사이보그와 초인류로 새롭게 진화한다.” 이 책 `호모 모빌리언스`가 내린 결론이다. 황당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는 2단계 진화를 거쳤고 지금은 3단계가 진행 중이다.

1단계는 다윈 식의 DNA 돌연변이다. 이 방식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2단계는 교육을 통해 시간을 압축한다. 짧은 시간에 인류의 지혜를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정보량이 너무 많아 외우기가 불가능해졌다. 3단계에서는 스마트폰과 한 몸이 된(사이보그) 사람이 정보를 검색하는 호모 모빌리언스가 된다.

사이보그가 된 사람은 모두가 슈퍼맨처럼 강한 능력을 갖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네트워크다. 네트워크로 이 모든 개인이 연결되면, 개인에게는 없던 특성이 나타난다(창발). 한 마리 개미나 벌은 똑똑하지 않지만, 이들 집단은 매우 똑똑한 것과 같은 이치다. 사이보그화된 인류 전체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초인류`로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초인류는 당연히 인류 개개인의 단순한 합 이상이다. 그것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모습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류가 초인류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우리가 주도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 저자 주장이다.

IT업계 원로이자 산증인으로 평가받는 저자답게 해박하고 방대한 지식, 뛰어난 통찰력이 돋보인다. 시대를 앞서 간 저자와 교감하는 독자 수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이민화 지음. 북콘서트 발행. 1만5000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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