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스마트TV 업그레이더`로 스마트TV 사용자와 운용체계(OS)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 셋톱박스가 안드로이드 기반이어서 스마트TV 시장의 OS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미국에만 선보였던 업그레이더를 국내 시장에 도입하고 반응을 살피고 있다. 스마트 셋톱 도입을 고려 중인 방송·통신사와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TV 업그레이더는 기존 LG 스마트TV와 90% 가량 동일한 앱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마트 셋톱박스다. 일부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빠진 것을 제외하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콘텐츠 서비스가 동일하다. 스마트TV에 제공하는 `매직모션 리모컨`도 포함했다.
당초 LG전자는 지난 2010년 말 스마트TV 업그레이더를 처음 출시한 뒤 미국에서만 판매해왔다. 구글과 애플에 대항해 자사 스마트TV 플랫폼인 넷캐스트 생태계를 확대하고 향후 TV 교체기를 맞은 소비자가 자사 스마트TV를 자연스럽게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미끼상품` 역할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 방송사가 스마트 셋톱박스를 채택하고 있고 국내 방송사와 통신사도 채택을 고려하고 있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스마트 셋톱박스 대부분이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이 선보인 스마트 셋톱박스 `다음TV 플러스`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LG 국내시장 사업 강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스마트 셋톱박스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스마트TV 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확대된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업그레이더를 국내에도 선보인 것으로, 시장 선점 효과도 노리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를 대상으로 구글TV용 앱 개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국내에서도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TV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거실의 TV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업용 디스플레이에도 안드로이드를 적용해 다양한 커넥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TV용 앱을 개발해 쉽게 올릴 수 있도록 별도 TV용 마켓을 만들지 않고 기존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리도록 하고 있다. 구글TV용 리모컨은 오픈소스로 제공해 사용 편의성 강화도 꾀하고 있다. 스마트TV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리모컨 디자인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과 달리 개방된 환경에서 발전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셋톱박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 셋톱박스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것은 비용이 저렴하고 향후 확장성까지 고려할 때 이점이 되기 때문”이라며 “고가의 스마트TV 판매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스마트폰 OS 생태계 주도권은 구글과 애플에 고스란히 넘겨줬지만 향후 스마트TV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고유 플랫폼을 우선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