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리더]신용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

“여성 과학기술인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연구원도 사법고시처럼 시험을 쳐 봅시다. 출산과 육아 기간 때문에 실적이 모자란 것이지, 능력이 부족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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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수장을 맡은 신용현 회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 우주기술기반 신기술융합사업단장)은 육아 문제를 여성 과학기술인 정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는 과학기술계 여성 권익을 대변해온 우리나라 대표 단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40여 곳에서 일하는 여성인력 비중이 비정규직을 포함해 전체의 25%가량 됩니다. 정규직만 따지면 15%에 불과합니다. 과제 담당이나 보직 등 기관에서 맡고 있는 역할도 기관 인원수와 비교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결국 육아가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죠.”

신 회장은 여성 과학기술인을 위한 제도·정책적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봤다. 문제는 이를 적극 수용하려는 기관 인식과 사회적인 뒷받침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들어 여성인력을 국가 경쟁력 요소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신 회장의 분석이다. 정부 관심도 떨어져 예산 지원 등에서도 올해를 제외하고는 지난 4년 내내 우선순위에 밀렸다는 견해도 내놨다.

“20여년 전 연구원으로 일할 당시 아이가 뇌염에 걸려 심각한 지경에 이른 적이 있습니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엄청 고민했습니다. 가슴은 찢어졌지만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주위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경험론적으로 봤을 때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가 생산효율이 좋은 선진국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신 회장은 여성 과기인 스스로도 풀어야할 숙제로 자칫 소홀하기 쉬운 네트워크 구축과 소통, 신뢰, 팀워크 등 4가지를 꼽았다.

진공기술 기반 구축을 위해 교과부(당시 과학기술부) 쫓아다니던 시절 얘기를 들려줬다. “실험실 데이터 문제로 고민했는데 외부 도움을 받아 단박에 푼 적이 있습니다. 실험실에만 붙어 있다고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와 연계하면 1주일 걸릴 일이 하루 만에 해결되기도 합니다. 나아가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를 설득하고 예산을 따고 성과를 알리는 일까지 모두가 네트워크고 소통입니다.”

상호 신뢰와 팀 워크는 네트워크와 소통의 기반이자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인의 정계 진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과학기술계도 국정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 대변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신 회장은 여성이 정치를 하면 학연이나 지연 등에 상대적으로 덜 휘말릴 것이고 세상과 타협하는 부분도 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제19대 총선에서 당선된 민병주 의원(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민 의원은 신 회장 바로 전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을 역임했다.

“남들보다 덜 정치적이라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강하다는 얘기죠. 대신 한번 결정한 일은 끝까지 밀고 가는 뚝심이 있습니다. 이번 국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많이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경영 방침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여성인력 네트워크 강화와 정규직의 멘토 역할을 꼽았다. 비정규직 채용 박람회도 기획중이다.


◇신용현 회장=토종 물리학자. 국내서 내로라하는 진공측정 전문가다. 1983년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석사도 연세대서 `물리학`으로 땄다. 박사학위는 충남대서 받았다. 유학을 준비하던 1984년 연세대 대학원 3학기 때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진공측정연구센터를 맡고 있던 정광화 현 충남대분석대학원장에 연구능력을 인정받아 15대 1의 경쟁을 뚫고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발을 들여놨다. 표준연 공채 여성 연구원으로는 제1호다. 이후 전략기술연구본부장과 물리표준부장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대회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했다. 여성과학기술인회 총무와 나노기술조정위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가우주위원회 위원, 국가 교육과학기술 자문위원, 연구개발특구 이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 등을 맡고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와 소통을 늘 강조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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