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와 교육을 동시에 하는 곳이 대학이다. 20년 전 만해도 지도교수와 면담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생각했다. 교수가 된 지금은 교수 의무 중 하나가 매 학기 지도학생과 면담하는 일이다. 이 시간에 대학생의 생각을 배우고 고민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1학년 중에는 모든 것은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학생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선생님과 부모 지시대로만 움직이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는 많은 일을 자신이 찾아 해야 한다. 수강 신청부터 동아리 가입, 아르바이트, 장학금, 사회 활동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너무나 많은데 정보를 어떻게 습득하는지 어렵게 생각한다. 시간 차이는 있지만 모두 상황에 적응하고 나름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해 나가는 것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하다.
1학년 첫 학기 상담 때, 한 학생이 본인의 전공인 면역학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이유는 그저 막연히 면역학을 공부하면 전망이 밝을 것 같아서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대학 4년 동안 전공을 공부하면 할수록 관심 분야가 보이며 진짜 관심 분야라고 생각하면 `무엇이 되기 위한`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과정에 충실하기를 바란다고. 지금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1인자가 된다면 가장 전망 있는 분야가 된다고.
나는 고등학교시절 생물과목이 너무 재밌어 생물학과로 진학했고 대학 강의 중 가장 흥미를 느꼈던 미생물학을 석사 전공으로 선택했다. 석사를 마친 후 의과대학 미생물학실에서 조교를 하다가 미생물학 감염에서 발달한 면역학 분야에 매력을 느껴 면역학 공부를 좀 더 하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가끔 석사에서 박사과정으로 진학할 때 전공을 바꿔도 되냐는 질문을 받는다. 당연하다. 오히려 장려한다. 앞으로는 융합학문이 대세다. 석사과정에서는 논문을 읽고 쓰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증명할 수 있는 연구능력을 배운다. 그것을 박사과정에서 잘 응용하면 된다. 대학 초기부터 어느 전공이 취업이 잘 되고, 대학원 초기에 선택한 전공만이 나의 전공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연구 그 자체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길 바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만이 끝까지 연구자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김미연 숭실대학교 의생명시스템학부 교수 kimmy@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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