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데이터센터의 최대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전력효율지수(PUE, Power Usage Effectiveness) 낮추기다. 상업용 데이터센터나 그룹 데이터센터 할 것 없이 모두 PUE 개선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PUE는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사용량을 IT장비 전력 사용량으로 나눈 값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저전력 설비가 많을수록 1에 가까워진다.
PUE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설비 전력을 실제 업무에 활용되는 IT장비 이상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평균 PUE는 2.3으로 미국의 1.75, 국제 표준으로 삼는 1.8에 한참 모자란다. 지식경제부 주도로 PUE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그린IDC인증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PUE, 왜 낮춰야 하나=데이터센터가 PUE 낮추기에 골몰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당연히 운용비용(OPEX) 절감이다. 지난해 8월과 12월 전기료가 각각 4.9%, 4.5%씩 연이어 인상됐다.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경우 지식서비스산업 전기요금 특례요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기존 대비 총 16% 이상 전기료를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올 초 지불한 전기료가 지난해 초와 비교해 평균 13% 이상 상승했다. 매달 5억원 가량 전기료를 지불하던 한 데이터센터는 월 6000여만원, 연간 7억여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전기료 측정 방식이 다양하고 데이터센터 규모별로 사용량에 차이가 있어 대형 데이터센터 중에는 연간 37억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하는 곳도 생겨났다.
서울 서부에 위치한 이 데이터센터 관계자는 “월 평균 지불하는 전기료가 30% 이상 증가해 운영에 매우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입주 고객사에 이런 부담을 떠넘기기가 쉽지 않아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기료 인상분을 고객사에 떠넘기다간 자칫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사례에서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아태(AP)지역 허브센터를 짓거나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것도 PUE를 낮춰야 하는 이유다. 이미 해외에서는 PUE가 데이터센터의 품질을 평가하는 척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이베이 등이 한국에 AP 허브센터를 만든다면 가장 먼저 PUE가 낮은 데이터센터를 물색할 게 자명하다.
데이터센터 신축과 리모델링이 줄을 이으면서 기업들의 관심사도 온통 PUE 낮추기에 집중돼 있다. LG CNS, NHN, 다음, 포스코ICT, SK C&C, 현대중공업, 한국전력 등 대형 기업의 데이터센터 신축이 연이어 진행된다. 또 올해부터 124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과 PUE 개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PUE 낮추려면? 정공법으로 접근하라=전문가들은 단시간에 PUE를 낮춰주는 획기적인 기술이나 솔루션은 없다고 강조한다. 최신 설비를 도입하고 컨설팅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등 `정공법`으로 접근해야만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종섭 인텔코리아 이사는 “서버의 중앙처리장치(CPU)에서부터 메인보드 및 섀시, 랙, 데이터센터 전체 순으로 최적화를 해나가야 한다”며 “PUE를 개선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버의 CPU 활용도와 전력공급량을 측정하는 솔루션을 활용해 해당 서버의 전력 효율성을 측정,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력은 적게 소모하면서 CPU 활용률을 높이게끔 서버 설정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인 보드는 CPU가 열을 잘 발생시키는 구조로 배치돼 있는지 파악해 공기가 통과하면서 온도를 가장 잘 식힐 수 있는 구조의 서버를 도입해야 한다.
하나의 랙에 도입되는 전력은 일정하기 때문에 리모델링 시에는 랙당 서버 밀도를 높이는 설계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LG CNS가 고밀도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 랙 중 핫 존과 쿨 존을 분석해 항온항습이 골고루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나 위치를 변경하는 것도 필요하다. 핫 존과 쿨 존, 구간 별 에너지 효율성을 분석하는 툴은 인텔과 IBM 등 여러 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다.
새롭게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경우라면 고온환경(HTA) 데이터센터를 눈여겨봐야 한다. HTA 데이터센터는 평균 20도 안팎인 데이터센터 내부 온도를 27~35도로 높여 냉각에 필요한 전력을 절감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KT가 천안 데이터센터에 최초로 적용했다. KT는 17~20도로 운영되던 서버실 온도를 매달 1도씩 24도까지 올렸다. 이를 통해 기존 냉동기가 사용하던 전력을 30% 이상 절감했다.
페이스북의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데이터센터는 27도에서, 인텔 뉴멕시코 데이터센터는 33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HTA 데이터센터 구현에는 단일 플랫폼이 필수다. x86서버와 유닉스서버를 동시에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유닉스서버에 맞춰 저온 환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HTA 구현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유닉스와 x86서버를 층별로 다르게 배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건설과 IT의 조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일은 건설과 IT를 절묘하게 조합하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데이터센터 구축을 단순히 건설사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따라서 PUE가 낮은 저전력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서는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변성준 한국IBM GTS 데이터센터서비스 총괄사업부장은 “데이터센터 건설은 개념설계와 실시설계, 착공 순으로 진행되는데 개념설계 단계부터 CIO가 참여해 IT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설계를 마친 한 데이터센터는 컨설팅·설계에만 3개월 이상 걸렸는데 몇몇 데이터센터는 개념·실제설계를 묶어 한 달 만에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 다음엔 건설사에 턴키로 맡겨버리고 관심을 끊는 곳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개념설계 단계에서는 저전력, 고밀도 등 목적과 콘셉트를 정하고 이에 맞춰 컨설팅이 진행된다. 데이터센터의 층수와 넓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구현 방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CIO의 신중한 결정이 필수적이다. 사전 컨설팅에서 개념과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는 결국 단순한 건축물로 전락하고 만다.
변 사업부장은 “건설사는 건설사일 뿐이기 때문에 개념설계의 내용을 실제 건축에 제대로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따라서 개념설계를 마치고 나더라도 실제설계에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건설이 아닌 IT관점`에서 진행해야만 목표한 PUE를 얻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PUE 개선에 따른 효과
PUE 개선에 따른 효과
PUE 3
최적화되지 않은 데이터센터
이머징 시장에서 사용되는 전형적인 디자인
조명 등 기타 전력 1%
UPS전력 22%
IT전력 33%
냉각전력 44%
PUE 2
새로운 부품들이 장착된 데이터센터
온/냉 공기 통로 분리
블랭킹 패널
조명 등 기타 전력 1%
UPS전력 9%
IT전력 50%
냉각전력 40%
PUE 3
열통로 봉쇄
고효율성, 감소된 UPS
고온에서 작동
냉각기 대신 절감장치 사용
조명 등 기타 전력 2%
UPS전력 7%
IT전력 81%
냉각전력 10%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