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97>○○○ 개새X 해 봐

다른 사람의 정치·사회적 견해를 확인하려는 가장 적나라한 표현.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 등에서 키보드 배틀을 벌이는 상대방이 중립을 가장해 특정 정파나 견해를 지지하거나 반대편을 비난한다고 생각될 때 주로 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옛 한나라당에 적대적인 글을 올리면서 스스로는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김대중 개새X 해 봐`라고 요구하곤 한 데서 비롯됐다고 알려졌다. 일부 정치색 짙은 사이트는 이처럼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드러내고 이를 정치·사회적 견해와 결부시키는 배설 문화를 갖고 있다.

이에 앞서 `김정일 개새X 해 봐`가 먼저 유행했다는 주장도 있다. 인터넷 토론에서 종북·친북 견해를 반복 주장해 북한 정보전사라는 의심을 받는 사람에게 다른 네티즌이 `김정일 개새X 해 봐`라고 요구하는 때가 있다.

북한의 명백한 문제점은 요리조리 피해가며 인정하지 않고 남한의 문제만 침소봉대하는 사람에게 많이 쓴다. 이런 사람이 갑자기 장기간 접속을 안 하면 해당 커뮤니티에선 “아오지에 끌려갔다”고 수군대곤 한다.

최근 전원책 변호사가 TV 토론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김정일·김정은 체제를 추종하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며 “김일성·김정일이 개새X라고 하면 종북 세력이 아니다”고 발언, `○○○ 개새X 해 봐`란 표현이 공론화됐다.

이 표현은 상대방 견해에 가장 거친 방식으로 리트머스 시험지를 들이댄다. 누구도 다른 사람 머릿속을 들여다볼 권리는 없다. 어떤 정치 견해나 사회 지위가 직접 손해로 이어지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됐으면서도 국가 미래에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한 정당한 질문에 `○○○ 개새X 해 봐`라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은 유권자를 분노하게 한다. 이럴 때 `○○○ 개새X`는 사상 검증의 칼날이 아니라 지지부진한 논란을 돌파하는 돌직구로 간주된다.

*생활 속 한마디

A:일본에선 역시 숙녀시대가 최고죠. 제가 걸그룹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요.

B:그럼 숙녀시대 개새X 해 봐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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