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324)법정으로 간 방송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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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레오의 지상파 방송 수신용 `안테나 어레이`>

IT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TV 등 방송 플랫폼을 위협하는 새로운 방송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새로운 방송 서비스들이 기존 방송 사업자나 관련 법규와 충돌하면서 방송산업계에 첨예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CNN, C넷 등 매체 보도에 따르면 자신의 사업 영역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존 방송사업자들이 신규 방송 사업자의 서비스 때문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법원에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선 새로운 방송 기술과 개념을 도입한 아에레오와 디쉬네트워크, 그리고 기존 방송사업간에 사활을 건 법정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먼저 아에레오 사례부터 보자. 지난 3월 뉴욕시티에서 처음으로 방송 서비스를 시작한 `아에레오(Aereo)`는 아주 기상천외한 사업 모델을 들고 나왔다.

`아에레오`가 표방한 방송 서비스는 `지상파 방송의 클라우드 서비스`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이렇다. 우리가 매일 보는 지상파 방송은 일반 시청자가 가정에 안테나를 설치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 프로그램에 붙이는 광고 수입을 통해 수익을 낸다. 그런데 `아에레오`는 뉴욕시 브루클린 지역의 한 창고를 빌려 서버와 수많은 소형(미니) 안테나를 설치했다. 개인이 집 옥상에 설치하거나 아파트 공동시청용으로 설치한 안테나를 한 곳에 집중 설치한 것이다. 일종의 `안테나 어레이`다. 굳이 집에 안테나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아에레오가 확보하고 있는 소형 안테나를 빌려 쓰면 되는 것이다.

아에레오 가입자는 월 12달러를 내면 자신의 안테나를 할당받는다. 이 안테나를 통해 28개 지상파 방송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수신할 수 있다. 아이폰용 앱을 다운로드 받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설치하면 아에레오가 지상파 방송을 대신 수신해 가입자들에게 인터넷으로 실시간 제공하는 방식이다.

DVR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을 녹화해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시청하는게 가능하다. 현재 CBS, ABC, 폭스, NBC, PBS 등 지상파 방송의 실시간 시청과 녹화 시청이 가능하다. 아에레오는 개인당 최대 40시간의 방송을 스토리지에 저장해주며, EPG(프로그램 안내)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에레오가 본격 서비스에 들어가자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디즈니, ABC, CBS, 텔레문도 등 방송사들은 아에레오가 지적재산권을 위반했다며 법원에 제소했다. 이달 30일 1차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다.

아에레오측은 개인용 안테나를 대신 설치해주고 지상파를 수신해 가입자들에게 인터넷으로 전송하기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가입자가 뉴욕시티를 벗어나 방송을 수신하려 할 경우 GPS나 와이파이를 통해 위치 정보를 수신해 방송을 차단하기때문에 FCC 규정도 어기지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송의 녹화 역시 가정에서 DVR 기기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은 아에레오가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시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에 재전송료를 지불하고 방송을 송출해야 하는데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반발한다. 케이블사업자나 위성 방송사업자가 지상파 방송 재전송시 전송료를 내는데 아에레오측은 그렇지않다는 것.

두번째 사례는 위성방송 사업자인 `디쉬 네트워크`다.

디쉬 네트워크는 이달 10일 `호퍼 DVR(Hopper DVR)`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CBS, ABC, NBC, 폭스 등 지상파 방송사의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을 광고없이 자동으로 녹화해준다. 디쉬 네트워크 위성 방송 가입자들은 실시간 방송이 이뤄진 다음날 `호퍼 DVR` 기능을 활용해 녹화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쉬네트워크의 `광고없는 DVR 서비스`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 기반 생태계를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미 LA법원에 제소했다. 디쉬 네트워크가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권을 악용해 사실상 `광고 없는 방송`을 새로 만들어냈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쉬 네트워크의 DVR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수주할 수 있는 입지가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디쉬 네트워크측은 “TV리모콘의 등장 이후 시청자들은 광고를 건너뛰고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많은 시청 통제권을 제공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지상파 방송사에 프로그램 재전송 비용을 이미 지불했기때문에 시청자들은 별도의 비용 또는 광고 없이 TV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아에레오와 디쉬 네트워크의 사례는 앞으로 새로운 방송 서비스 영역을 놓고 기존 방송 사업자과 새 사업자간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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