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도급업체에 위탁한 주문을 부당하게 취소하거나 물품 수령을 고의로 지연시킨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 처벌을 받았다. 공정위가 위탁취소 만으로 과징금을 매긴 것은 처음이다.
22일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위탁을 갑자기 취소하거나 물품을 지연해 받은 행위를 잡아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6억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액수가 발주 취소 금액은 물론이고 납품업체 피해금액에 터무니없이 못 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기간에 위탁거래 약 150만건 중 151개 수급업자에게 위탁한 2만8000건(약 2%)을 납부기한 이후에 취소하거나 물품을 늦게 받아갔다. 발주 취소금액은 643억83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생산물량 감소, 자재 단종,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발주가 취소됐다는 점에서 수급업자 책임이 없는 위탁취소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발주를 취소하면 협력업체는 재고부담, 미납품 자재 처리, 이자부담 등 직접 피해뿐 아니라 생산계획 차질로 인한 피해를 겪는다.
삼성전자는 납부기한이 지난 뒤 물품을 받아 해당 중소 수급업자에게 지연기간만큼 재고부담, 생산계획 차질 등 손해를 끼친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런 사실을 모두 위법행위로 인정, 재발방지를 명령하고 과징금 16억2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 조치로 제품·생산계획의 잦은 변경 등으로 발주가 취소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발주 취소 비율이 선진국 수준인 1.4%(170만건 중 2만4523건)에 불과하다며 공정위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협력업체에 연결한 자동시스템으로 IT 제품 자재의 취소를 요청하고 해당 업체가 동의하면 발주가 취소되고, 거절하면 발주 취소가 불가능해 대금을 지불한다고 해명했다. 삼성 측은 협력사 동의로 발주가 취소되더라도 약 78%는 재발주 등으로 손실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발주 프로세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