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저커버그를 위하여

거품인지 아닌지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나스닥에 상장, 거래를 시작한 페이스북 얘기다.

첫 날 거래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공모가 38달러보다 0.61% 오른 38.23달러에 마쳤다. 사상 초유의 거래량이 순간 집중되면서 주식거래시스템이 30분이나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기대보다는 못 미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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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런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IPO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페이스북 주위에서는 공모가를 올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주당 28∼35달러에서 34∼38달러로 페이스북은 이 예상치의 꼭지점인 38달러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개하는 주식 수 역시 대폭 늘렸다. 많은 관심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거래를 시작하는 기업 스스로가 공개 지분을 늘리고 공모가를 높였다는 것은 향후 전망에 확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악재도 겹쳤다. 그리스 사태가 전 세계를 덮쳐 각 국 증시가 근래 들어 최악의 폭락 장세를 보였다. 페이스북 IPO가 동인(動因)이 돼 반등세로 돌아서길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것만 해도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익률 대비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나 되고 수익모델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앞으로 페이스북은 어떤 행보를 걸을 것인가.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돈을 하루 만에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끌어당겼으니 이 회사 비즈니스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일거수일투족은 24시간 쉴새 없이 감시당할 것이다.

당장 IPO 이튿날인 19일 저커버그가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여자 친구와 조촐하게 올린 결혼식 사진 한 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IT갑부가 된 28살짜리 청년 CEO가 너무 소박하다는 의견에서부터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을 만날 때도 후드 티를 입은 그가 자신의 아내를 위해서는 정장을 입었다는 비아냥까지 수 십만 개의 댓글이 즐비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만들어놓은 세상이다. 지구촌을 동시간대로 만들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만인이 공유하는 소셜 플랫폼 위로 올려놓은 것 말이다. 그가 펼칠 새로운 비즈니스가 또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바라는 것은 “세상을 좀 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초심이 수많은 투자자들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거대하게 연결된 세상이 사악한 마음에 악용된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정지연·국제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