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홍역을 치른 끝에 신용카드 집적회로(IC)카드 전환을 1년 반 미뤘다.
금융감독원은 사전 홍보 기간을 충분히 거쳤다며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부터 마그네틱카드의 은행 자동화기기 현금 인출을 막았다. 미처 IC카드로 바꾸지 못한 고객들은 급한 돈을 뽑을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금융 고객의 원성은 하늘을 찌를 듯 험악해졌다. 결국 당국은 당초 계획을 전면 수정해 마그네틱카드 사용을 다시 열었다. 두 달여간 논의 끝에 이 같은 기한 연장 결정을 내렸다.
누가 보더라도 성급한 시행이었고, 국민 불편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마그네틱카드가 복제되기 쉽고 실제로 엄청난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가 안전한 금융거래 방법을 찾고 시스템화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금융은 국민 생활과 깊숙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된다. 아무리 안전하고 철저한 대비도 불편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분야기도 하다.
IC카드 전환으로 안전성을 높이는 가치가 더없이 크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설명과 준비를 거쳐 불편을 없애지 않으면 그 가치는 줄어들거나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에도 모든 홍보 책임을 금융기관에 떠넘기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앞으로 연장된 기간 동안 정부도 팔 걷고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은 진심을 갖고 설명하면 이해하고 협조한다.
이번 IC카드 전환 기한 연장이 `시간의 힘을 빌린` 정책이 안 되려면 IC카드 전환의 적극적 대국민 홍보와 설명이 이어져야 한다. 금융은 안전과 서비스가 함께 가야 할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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